수험생들이 이맘때쯤 가장 두려워하는 것 중 하나는 바로 '수능 금지곡'이다. 2025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18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수험생들은 자신도 모르게 시험에 방해가 될 수 있는 노래들을 피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블랙핑크의 로제와 브루노 마스가 함께 부른 신곡 '아파트'(APT.)가 전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끌고 있지만, 수험생들 사이에서는 그 중독성 때문에 기피 대상이 되고 있다.
연합뉴스는 이 같은 현상을 취재해 27일 보도했다.
고등학교 3학년 나 모(18) 군은 "시험을 보다가도 노래가 머릿속에서 들릴 것 같아 걱정된다"며 이 곡을 멀리하려고 애쓰고 있다.
반복적으로 들리는 '아파트'라는 가사와 중독성 있는 멜로디가 수험생의 집중력을 흐트러뜨릴 수 있다는 것이다. 나 군뿐만 아니라 다른 수험생들도 이 노래와 비슷한 중독성 있는 곡들은 시험에 큰 방해 요소가 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수능 금지곡이란 중독성 강한 멜로디와 가사로 인해 한 번 들으면 쉽게 머릿속에서 잊히지 않고 계속 반복 재생되는 노래들을 일컫는다. 대표적인 예로 샤이니의 '링딩동'이 있다. 이 곡은 후렴구의 반복성 때문에 수험생들 사이에서 악명 높다. SS501의 '유알맨'(U R Man), 레드벨벳의 '덤덤'(Dumb Dumb)도 수능 금지곡으로 자주 언급된다. 최근에는 에스파의 '슈퍼노바'(Supernova), 비비의 '밤양갱', 최예나의 '네모네모' 같은 곡들이 새롭게 수능 금지곡 명단에 추가됐다.
고등학교 3학년 최 모(18) 군은 "공부할 때는 대중음악이 나오는 카페 대신 조용한 스터디 카페를 이용하려 한다"며 수능 전까지는 노래와 완전히 단절하려는 계획을 밝혔다.
이처럼 많은 수험생들이 유튜브 뮤직이나 음악 스트리밍 앱을 삭제하고, 음악과의 접촉을 최소화하려는 모습을 보인다.
문현준(19) 군 역시 "언어영역 모의고사 문제를 풀다가 노래가 생각나서 시험을 망쳤다는 얘기를 들으면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수험생들이 이용하는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수능 금지곡을 재생하는 이른바 '낚시글'도 종종 올라온다. 이러한 장난에 걸려든 수험생들은 집중력을 잃고 불안감을 호소하기도 한다. 한 이용자는 "인터넷에서 우연히 본 수능 금지곡의 가사가 계속 머릿속에 맴돌아 미치겠다"며 이를 없애는 방법을 묻기도 했다.
이처럼 특정 노래의 멜로디가 머릿속에서 계속 반복되는 현상을 '귀벌레 현상'이라고 부른다. 일반인들에게는 가벼운 귀벌레 현상이 오히려 긴장한 상태에서 뇌를 이완시키는 긍정적인 효과를 줄 수 있다는 연구도 있다. 그러나 수험생에게는 이 현상이 그저 시험에 대한 불안감을 더욱 증폭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의견이 많다.
단국대 심리학과 임명호 교수는 매체에 "우리의 심리는 단순하고 반복적인 음에 쉽게 감정적으로 휘둘릴 수 있다"며 "특히 청소년들은 이러한 귀벌레 현상에 더 취약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클래식 음악처럼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음악을 들으면서 스트레칭이나 명상을 병행하면 불안감을 줄일 수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