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에서 4년간 아들의 시신을 방치한 70대 아버지가 무죄를 선고받았다.
법원은 아버지가 아들의 사체를 유기할 의도가 없었다고 판단했다.
27일 법조계에 따르면 최근 부산지법 형사4단독 장병준 부장판사는 사체유기 혐의로 기소된 A 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사건은 지난해 5월, A 씨의 집에서 30대 아들 B 씨의 시신이 백골 상태로 발견되면서 시작됐다.
경찰 조사 결과, B 씨는 2019년 4월에 사망한 것으로 추정됐지만, 그동안 시신은 집 안에 방치돼 있었다.
검찰은 A 씨가 아들의 사망을 알고도 신고하지 않고 시신을 방치한 점을 들어 사체유기 혐의로 기소했다. 아버지로서 아들의 사망을 신고하거나 장례를 치를 의무가 있음에도 이를 이행하지 않은 것은 법적 책임을 묻기에 충분하다는 판단이었다.
하지만 A 씨는 법정에서 자신이 아들의 존재를 몰랐다고 주장했다. A 씨는 2019년 7월, 아들이 연락이 끊기자 실종신고를 했고, 집 안에 아들의 시신이 있는 줄은 전혀 알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아들의 방은 평소 출입하지 않는 작은 방이었고, 집이 워낙 쓰레기와 폐기물로 어지럽혀져 있어 시신이 그곳에 있다는 사실을 전혀 알지 못했다는 것이다.
A 씨의 주장에 힘을 실어준 것은 그와 왕래가 잦았던 A 씨의 친동생과 지인들의 증언이었다.
이들은 법정에서 "A 씨의 집에 쓰레기가 너무 많이 쌓여 시신을 보지 못했다", "시신에서 나는 악취도 느낀 적이 없다"고 증언했다.
실제로 A 씨의 집은 재개발이 예정된 지역에 위치해 있었고, 집 내부는 노후화가 심각했다. B 씨의 시신이 발견된 방 역시 정리되지 않은 상태였다.
재판부는 A 씨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장 부장판사는 "A 씨가 작은 방에 들어가지 않았다는 주장은 집안의 상태를 고려할 때 충분히 개연성이 있다"며 "B 씨의 사인이 명확하지 않지만, 타살 흔적은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A 씨가 아들의 시신을 발견하고도 방치할 특별한 이유는 없다고 판단된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 전화 109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