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견이 피부를 핥자 희귀 박테리아에 감염돼 사지를 모두 절단한 여성의 사연이 최근 영국 매체 래드바이블에 소개됐다. 미국 오하이오주에 거주하는 마리 트레이너가 겪은 희귀한 사연은 수개월 전 미국 폭스뉴스의 보도로 전 세계에 알려져 사람들에게 충격을 안긴 바 있다
트레이너는 5년 전 개와 고양이의 침에 서식하는 박테리아로 인해 사지를 절단해야 했다.
그는 2019년 봄 열대 지방으로 여행을 다녀왔다. 집으로 돌아온 그는 반려견으로부터 열렬한 환영을 받았다. 개는 트레이너의 살을 핥으며 반가워했다. 며칠 뒤 트레이너의 몸 상태가 급격히 나빠지기 시작했다. 남편(매트 트레이너)은 처음엔 부인이 독감에 걸린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상태가 악화하자 결국 부인을 병원으로 급히 데려갔다. 병원에서 상태는 더 나빠져 트레이너는 급기야 혼수상태에 빠졌다.
오하이오주의 아울트만 병원과 클리블랜드 클리닉에서 진행한 검사 결과, 트레이너는 ‘캡노사이토파가 카니모르수스(Capnocytophaga canimorsus)’라는 박테리아에 감염된 것으로 확인됐다. 피부에 난 상처를 대수롭지 않게 여긴 게 화근이었다. 상처를 통해 박테리아가 침입한 것. 개와 고양이 침 속에서 흔히 발견되는 이 박테리아는 면역 체계를 급격히 자극해 심각한 혈전과 사지 괴사를 유발할 수 있다.
트레이너의 경우 혈전이 급격히 증가해 손발의 혈액 순환이 차단됐다. 이로 인해 사지가 괴사해 절단이 불가피했다. 당시 의료진 중 일부는 그녀의 사지를 모두 절단해야 한다고 판단했으나, 정형외과 전문의 아제이 세스는 가능한 한 많은 사지를 보존하려 애썼다. 세스는 7시간에 걸친 힘든 수술 끝에 최소 40~50개의 혈전을 제거했으며, 덕분에 트레이너의 팔을 일부 보존할 수 있었다. 트레이너의 두 다리를 무릎 위에서 절단했으나 팔은 대부분 살릴 수 있었다. 세스는 절단이 이뤄지지 않았다면 트레이너가 며칠 혹은 몇 시간 내에 사망했을 가능성이 있었다고 밝혔다.
수술 후 트레이너는 재활치료를 시작했다. 5년이 지난 지금 트레이너는 놀라운 회복력을 보여주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재활치료가 잠시 중단되기도 했지만 트레이너는 꾸준히 재활을 이어나갔다. 트레이너는 이제 최첨단 의족과 의수를 사용해 거의 모든 일상 활동을 소화할 수 있게 됐다. 정원을 가꾸고, 그림을 그리며, 남편과 함께 자전거를 타는 등 활발한 일상을 보내고 있다. 트레이너는 절단 환자들에게 희망을 전하는 롤모델로 자리를 잡았다.
세스는 “트레이너의 회복은 기적적이다. 그는 항상 웃음을 잃지 않는다. 많은 사람이 그렇게 할 수 없을 것”이라며 트레이너의 의지를 높이 평가했다.
트레이너는 현재 첨단 의학기술을 적용한 의수를 사용하고 있다. 이 의수는 피부 표면에 부착된 전극이 근육의 전기 신호를 감지해 손을 움직일 수 있게 해준다. 트레이너는 처음으로 남편의 손을 다시 잡았을 때의 감동을 잊을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남편에게 감사하다“면서 ”그가 없었다면 내가 어떻게 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