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여행 수요가 급증하면서 관련 소비자 피해도 함께 증가하고 있다. 특히 60대 이상 고령자들이 여행사나 홈쇼핑에서 판매하는 패키지 상품을 계약하는 과정에서 위약금 등 중요 정보를 제대로 인지하지 못해 발생하는 피해가 빈번하다.
23일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2021년 1월부터 올해 6월까지 접수된 해외여행 관련 고령자 피해구제 신청은 총 370건으로 집계됐다. 특히 지난해는 181건을 기록해 전년 대비 331%나 증가했다. 올해 상반기에는 이미 119건이 접수됐다.
피해구제 신청 이유 중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한 것은 '출발 전 계약 해제 및 위약금 불만'으로, 전체의 63.8%(236건)를 차지했다. 그 다음으로는 '계약불이행' 12.7%(47건), '품질·용역 불만' 8.9%(33건), '안전사고 및 시설 피해' 5.7%(21건), '항공 관련 불만' 4.0%(15건) 순이었다. 특히 출발 전 계약 해제 및 위약금 불만 사건의 세부 내용을 보면 상해·질병 등 '건강상의 이유'로 인한 계약 해제가 43.6%(103건)로 가장 많았고, '소비자의 개인 사정'이 26.7%(63건)로 뒤를 이었다.
이 같은 피해가 빈번한 이유는 해외여행 상품이 대부분 국외여행 표준약관이 아닌 특별약관을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소비자원이 국내 8개 여행사와 9개 홈쇼핑사가 판매하는 해외여행 상품 426개의 약관을 조사한 결과, 국외여행 표준약관을 사용하는 상품은 28.2%(120개)에 불과했다.
나머지 71.8%(306개)는 특별약관 또는 특별약관과 표준약관을 혼용하고 있었다. 특별약관은 표준약관보다 우선 적용되며, 소비자가 여행을 취소할 경우 여행사들이 특별약관을 앞세워 표준약관이나 소비자 분쟁 해결 기준보다 높은 취소 수수료를 부과할 수 있어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특별약관은 고령자가 여행을 떠나기 전 질병·상해 등 건강상 이유로 취소하는 경우에도 위약금을 부과할 수 있어 약관 내용을 꼼꼼히 살펴봐야 한다고 소비자원은 전했다. 최근 2년 내 해외여행 상품을 이용한 고령자 366명을 대상으로 한 불만 경험 설문조사에서는 '계약 내용을 사전에 제대로 인지하지 못했다'는 응답이 36.9%로 '식사·숙소 등에 대한 불만'(47.8%) 다음으로 많았다.
소비자원은 홈쇼핑 9개사와 국내 주요 9개 여행사를 대상으로 계약의 중요 내용에 대한 표시를 개선하고 고지를 강화해 줄 것을 권고했다. 이들 홈쇼핑사와 여행사는 특별약관 등 중요 사항에 대한 고지를 강화하고 고령자 피해 예방에 동참하기로 했다.
현재 고령자들의 해외여행 관련 피해가 급증함에 따라 여행사와 홈쇼핑사들은 소비자 보호를 위한 조치를 강화하고 있다.
소비자원은 여행사와 홈쇼핑사에 계약의 중요 내용을 명확히 표시하고 고지하는 것을 권고했으며, 고령자들이 여행 상품을 선택할 때 충분한 정보를 제공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또 소비자원은 고령자들이 여행을 계획할 때 건강 상태를 고려해 신중하게 결정할 것을 당부했다.
소비자원 관계자는 "계약 전 항공·숙박 등 여행 상품에 대한 정보를 충분히 숙지하고, 고령자의 경우 여행 중 사고·상해 등에 대비해 계약에 포함된 여행자보험의 세부 내용을 꼼꼼히 확인해야 한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