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중학교나 고등학교의 상당수를 차지했던 단성 학교가 사라지고 있다고 국민일보가 23일 인터넷판으로 보도했다. 단성 학교는 특정 성별만 모집하는 학교를 뜻한다.
매체에 따르면 서울 광진구에 위치한 동국대학교사범대학부속여자중학교(동대부속여중)는 곧 학교 이름을 변경한다. 이 학교는 1930년 설립된 이래 94년 동안 여자중학교로 운영됐지만 내년부터는 남학생도 입학하게 돼 남녀공학으로 바뀐다. 서울시교육청 요청에 따른 것이다. 학교 인근 지역에서 원거리 통학을 하던 남학생들의 편의를 고려해 남녀공학 전환이 제안됐다.
학령인구 감소로 인해 신입생 모집이 어려워진 것도 중요 이유다. 학교 관계자는 학교의 오랜 전통과 교육 철학을 고려할 때 남녀공학 전환이 신중할 수밖에 없었다면서도 학생 수 감소로 미래를 대비하기 위해 결정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동문과 학부모들의 반대가 있었지만 설득 끝에 남녀공학으로 전환됐다고 말했다.
저출생으로 인해 단성 학교가 점차 사라지고 있다. 하나의 성별로만 신입생을 모집해선 정원을 채우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문정복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전국 17개 시·도 교육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0년부터 2023년 9월까지 총 83개 단성 학교가 남녀공학으로 전환됐고, 내년에 전환 예정인 학교도 32곳에 이른다.
단성 학교가 남녀공학으로 전환되는 주요 이유는 초저출생 현상으로 인한 학령인구 급감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4년 약 918만 명이던 전국 학령인구가 올해 약 714만 명으로 200만 명 넘게 줄었다. 학교마다 신입생 모집이 어려워지면서 남녀공학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
이병규, 유희관 등 프로야구 스타들을 배출한 장충고등학교도 단성에서 남녀공학으로 전환한 대표적인 곳이다. 이 학교는 2022년 개교 90주년을 맞아 처음으로 여학생 입학을 허용했다. 이 학교 신입생 수는 2016년 222명에서 2022년 123명으로 크게 줄었다.
서울시교육청도 남녀공학 전환을 장려한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올해 기준으로 관내 7개 학교가 내년도 남녀공학 전환 지원 학교로 선정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해당 학교에 향후 3년 동안 약 6억9000만 원을 지원한다고 했다.
남녀공학으로 전환하려면 시설은 물론 일부 교과의 교육 내용을 바꿔야 한다. 장충고등학교는 여학생들을 받아들이려고 기존 상담실을 화장실로 개조했다. 동대부속여중은 체육 과목에 축구와 농구 같은 구기 종목을 추가했다. 내년부턴 남녀 모두 하계 교복으로 바지를 착용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한양대 박주호 교수는 “예전에는 한 성별만으로 학생을 모집할 수 있었으나, 현재는 학생 수가 급격히 줄어들어 학교 존립 문제로까지 이어지고 있다”며 “학교 유지 차원에서 남녀공학 전환은 불가피한 선택이 됐다”고 말했다. 중앙대 이병훈 명예교수는 “저출생 문제는 당분간 해결될 가능성이 낮기 때문에, 학생들과 학부모, 학교가 남녀공학 전환에 적응해 원만한 교육 환경을 만들어가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