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광주교도소에서 나온 유골 262구가 제주 4·3 희생자일 가능성이 크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제주4·3진상규명과 명예회복을 위한 도민연대(이하 4·3도민연대)가 23일 제주도의회 도민카페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처럼 밝혔다.
2019년 12월 옛 광주교도소 무연고자 공동묘지에서 80여 구의 신원 미상 유골이 발견됐다.
옛 광주교도소 무연고자 공동묘지는 1971년 광주광역시 동구에서 북구로 교도소가 이전되는 과정에서 조성된 것으로, 광주형무소에 있던 무연고자들의 유해가 합장돼 있었다. 당시 기록에 따르면 41구의 유골이 안치됐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80여 구가 발견됐으며, 이 중 40구는 박스형 콘크리트 구조물에서, 나머지 40여 구는 봉분 흙더미 속에서 발견됐다.
이후 5·18민주화운동 당시 행방불명자들의 암매장지로 지목된 광주교도소에 대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정밀감식이 이뤄졌으며, 2000년 6월 유골 분류작업 결과 실제 발견된 유골은 262구로 최종 확인됐다. 유골들의 연령대는 어린아이부터 60, 70대 남녀에 이르기까지 다양했으며, 5·18 행방불명자 가족과 DNA 대조를 실시했지만 연관성은 드러나지 않았다.
이후 해당 유골이 제주 4·3 사건 희생자일 가능성이 제기됐다. 당시 광주형무소에는 한국전쟁 시기 좌익사범 3000여 명이 수감돼 있었고, 이 중 다수가 학살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광주형무소 내부에서 학살이 이뤄졌다는 기록은 현재까지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수감자 중 옥사한 사례는 일부 기록으로 남아 있다.
제주 4·3 사건 당시 광주형무소에 수감된 제주 출신은 179명으로 확인됐으며, 이 중 140여 명이 한국전쟁 직후 광주 인근 야산 등에서 총살됐다. 이들 중에는 옥사하거나 사망 후 공소기각 판결을 받은 경우도 포함돼 있다.
현재 제주도는 옛 광주형무소에서 발견된 유골 262구의 유전자 정보를 확보해 제주 4·3 유가족 DNA와 대조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양동윤 4·3도민연대 대표는 “광주형무소에 수감된 제주도민은 179명으로 확인됐지만 실제 희생자는 이보다 많을 것으로 보인다”며 “5·18 행방불명자들과 연관성이 없는 만큼 이 유골들이 제주 4·3 희생자일 가능성이 크다”고 강조했다.
제주 4·3 사건은 1947년 3·1절 기념행사에서 경찰 발포로 민간인이 사망한 사건을 계기로 발생한 저항과 탄압, 1948년 4월 3일 봉기에서 1954년 한라산 금족령 해제까지 이어진 무력 충돌과 진압 과정에서 다수의 민간인이 희생된 사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