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을 많이 마시면 당시 상황을 기억 못하는 블랙아웃 현상을 겪게 된다. 흔히 '필름이 끊겼다'고 하는 이 현상은 단순한 해프닝으로 넘길 수도 있지만, 반복되면 심각한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젊은 나이에 알코올성 치매로 발전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블랙아웃과 알코올성 치매에 대해 알아보자.
블랙아웃은 단기 기억 상실의 일종이다. 이는 기억을 담당하는 뇌의 해마가 알코올에 의해 마비되면서 발생한다. 해마는 단기 기억을 장기 기억으로 전환하는 역할을 한다.
그러나 알코올은 해마를 마비시키고 손상시켜 이 과정을 방해한다. 알코올이 분해될 때 생성되는 아세트알데하이드라는 독성 물질이 뇌 세포를 파괴하기 때문이다. 뇌 세포가 파괴되면 뇌의 주름이 평평해지고, 뇌 안의 빈 공간이 넓어지며 인지 기능이 저하된다.
반복적인 음주는 알코올성 치매를 유발할 수 있다. 알코올성 치매는 전체 치매 환자의 약 10%를 차지한다. 연구에 따르면, 술을 마시고 필름이 끊긴 경험이 있는 사람은 약 10년 후 치매에 걸릴 위험이 높아진다.
영국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 연구팀이 13만 141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술을 마시고 필름이 끊긴 일이 한 번 이상인 남성은 치매 걸릴 위험이 최대 3배, 여성은 2배 이상으로 높았다.
연구팀은 "필름이 끊기는 현상이 지속되면 뇌세포를 손상시키는 신경전달물질인 글루타메이트가 많이 분비돼 치매에 걸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건강을 위해 음주는 최대한 피하는 것이 좋다. 꼭 마셔야 한다면 필름이 끊길 정도로 과음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특히 높은 도수의 술을 마실 때, 빠르게 술을 마실 때, 공복에 마실 때 필름 끊김 현상이 잘 발생한다. 전문가가 권장하는 음주량은 일주일에 3회 미만, 남자는 소주 반 병, 여자는 4분의 1병 이하로 마시는 것이다.
술을 마실 때는 물을 충분히 마시고, 고기와 채소, 과일로 구성된 안주를 먹으면 알코올 흡수를 늦추는 효과가 있다. 또한 알코올로 손상된 간이 회복하는 데는 3일 정도 걸리므로, 최소 3~4일 이상 간격을 두고 술자리를 갖는 것이 좋다.
만약 6개월 내로 두 번 이상 블랙아웃을 겪었다면 알코올 의존 초기 단계를 의심하고, 반드시 병원을 찾아 음주 습관을 상담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