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통선 주민들이 대북 확성기 방송 때문에 목숨은 물론 생계에까지 지장을 받고 있다고 원성을 토했다고 뉴스1이 20일 보도했다.
매체에 따르면 지난 18일 경기 파주시 임진각 민방위대피소에서 열린 김경일 파주시장의 이동시장실에 민통선 내 통일촌, 해마루촌, 대성동에 거주하는 주민이 모여 대북 확성기 방송을 중단해달라고 호소했다.
이번 이동시장실은 남북한 간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면서 민통선 주민들이 겪고 있는 피해를 청취하고 대책을 논의하기 위해 급하게 마련됐다.
파주시 접경지역은 탈북민단체의 대북전단 살포에 대응해 북한이 오물풍선을 살포하고, 우리 군이 대북 확성기 방송을 재개하면서 북한도 대남 확성기 방송을 재개해 긴장이 고조된 상태다.
주민은 "북한의 포격 위협보다 대남 확성기 방송으로 일상생활이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소음으로 인한 고통을 호소했다. 바로 옆 사람과의 대화도 힘들고 밤에 잠을 못 자 낮에 피곤해서 농사일을 제대로 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주민은 말했다.
주민들에 따르면 지난달 28일부터 시작된 대남 확성기 방송은 지금까지 들어본 소리 중 가장 큰 소음이며, 동물 울음소리부터 쇠뭉치를 긁는 소리, 귀신 소리까지 포함돼 주민들을 괴롭히고 있다고 전했다.
대성동에 거주하는 한 주민은 "최고의 고문은 잠을 못 자는 것인데, 우리 주민들 모두 양쪽 확성기 소리에 잠을 못 자고 살려달라고 말하고 있다"며 "이쪽 주민이 얼마나 절박한지 정부가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주민은 "처음에는 대남 방송을 듣고 전쟁이 난 줄 알았다. 밤이 되면 '전설의 고향'에 나오는 귀신 소리도 들려 잠을 못 잔다"며 "접경 지역에 사는 게 죄냐"고 말하며 울먹였다.
주민들은 특히 탈북민단체의 대북 전단 살포 행위를 차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완배 통일촌 이장은 "탈북민들의 표현의 자유를 운운하며 대북 전단을 살포하는 단체들이 민통선 주민들의 인권은 무시하고 있다"고 비판하며 주민이 직접 나서서 전단 살포를 막겠다고 경고했다.
경기도는 지난 16일 파주, 연천, 김포를 위험구역으로 설정하고 대북 전단 살포 행위자의 출입을 금지할 수 있는 명령을 내릴 수 있게 됐다. 명령 불응 시 특별사법경찰을 투입해 강제 퇴거와 형사 처벌도 가능하다.
김경일 파주시장은 "파주시민들의 불안과 고통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위험구역 설정으로 얻은 권한을 활용해 대북 전단 살포를 적극 단속하겠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우원식 국회의장은 "대북 확성기 방송을 잠정 중단할 것을 국회의장으로서 요청한다"고 밝혔다.
우 의장은 21일 오전 파주 통일촌 민방위대피소에서 열린 접경지역 주민 간담회에서 "우리가 먼저 (방송을) 멈춰서 남북 간 긴장 완화를 주도해 가야 한다"며 이처럼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