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한강에게 노벨문학상을 안긴 결정적인 작품이 ‘작별하지 않는다’란 얘기가 전해졌다. 한강의 소설 두 편을 공동 번역한 안데르스 칼손 영국 런던대 동양아프리카대(SOAS) 한국학 교수와 박옥경 번역가 부부가 이처럼 밝혔다.
영국 런던 주영한국문화원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칼손 교수는 "한강 작가가 수년 내로 노벨상을 받겠다는 생각은 했는데 그게 올해일지는 몰라서 놀랐다“라며 ”며칠 잠 못 이룰 만큼 기뻤고 번역 초창기가 생각나 만감이 교차했다"고 말했다.
스톡홀름대에서 한국사를 전공한 칼손 교수는 한강이 노벨문학상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예측한 이유에 대해 "작품의 질뿐 아니라 스웨덴에서 한강의 위치를 볼 때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며 "문학계에서 평론가들의 평가가 좋고 일반 독자들, 특히 젊은 층이 한강을 좋아한다"고 전했다.
실제로 노벨문학상 수상 전부터 한강 작품은 스웨덴에서 큰 반향을 일으켰다. 지난 3월 ‘작별하지 않는다’의 스웨덴 출간을 기념해 한강이 참석한 우메오 국제문학축제 대담 행사엔 1000명이 몰려 저자 사인에만 1시간 넘게 걸렸다. 지난해엔 '채식주의자'를 바탕으로 만든 연극이 스웨덴 왕립극장 대형 무대에 올랐다.
칼손 교수의 부인인 박옥경 번역가는 스톡홀름대에서 경영학, 서양미술사를 전공했다. 그는 스웨덴어로 번역된 한국 책이 거의 없다는 안타까움에 공동 작업을 시작했다. ‘
박 번역가는 "2019년 스웨덴 주요 문학 잡지가 한국 작가 특집을 실은 적이 있고 요즘엔 출판사에서 한국 신진 작가들의 작품에도 관심을 보인다"며 "노벨상 수상이 어디서 뚝 떨어진 게 아니라 토양이 점점 쌓여 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칼손 교수 역시 "한국 문학이 이제 정말로 국제 무대에서 존재감이 있다"고 말했다.
부부가 번역한 한강의 소설은 ‘작별하지 않는다’, ‘흰’이다. ‘채식주의자’와 ‘소년이 온다’는 영문 번역본을 스웨덴어로 옮긴 중역본으로 출간됐다. 총 4권으로 한강은 한국 소설가로선 스웨덴에 가장 많은 작품이 소개됐다.
부부는 한강의 수상에 '작별하지 않는다'가 결정적이었다는 얘기를 전해 들었다고 했다. 문학적 완성도 측면에서 한강의 작품 세계가 한 단계 더 높아지고 확장됐다는 평가를 받았다고 부부는 밝혔다.
칼손 교수는 "역사적 맥락이 있는 한강 작품들은 인간으로서 트라우마와 이를 어떻게 극복할지, 어떻게 잊지 않으려 하는지 다룬다"며 "스웨덴 독자들도 이는 보편적인 인간의 문제이며 설득력 있게 서술된다는 점을 느끼는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