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오는 날 애인에게 맞았다는 여성의 주장을 법원이 받아들이지 않았다. 무슨 이유에서일까.
2020년 9월 당시 19세였던 A 씨는 "비 오는 날 애인에게 맞았다"며 경찰에 고소장을 제출했다. 하지만 A 씨는 사건 발생일이 정확히 언제인지 기억하지 못하고, '비 오는 날'이었던 것만 확실히 기억한다고 진술했다.
A 씨는 2019년 7월에서 8월 사이 남자친구였던 B 씨가 자신의 이성 관계를 의심해 집에서 자신을 침대 위로 밀치고 얼굴을 여러 차례 주먹으로 때렸다고 주장했다. 또 B 씨가 자신이 경찰에 신고하려던 휴대전화를 빼앗아 바닥에 던져 화면을 깨트렸다고 말했다.
A 씨는 사건의 정확한 일시는 기억하지 못했지만, 비가 오던 날 B 씨와 한 장소에서 만나 그의 집으로 돌아가는 과정에서 이런 일이 발생했다고 진술했다. 이후 A 씨는 B 씨에게 결별을 통보했고, 10월 6일 B 씨가 자신의 집으로 찾아와 또다시 폭행을 저질렀다고 주장했다.
경찰은 사건이 발생한 날짜를 특정하기 위해 A 씨의 신용카드 사용 내역을 조사했다. 택시 요금 결제 이력을 통해 A 씨 이동 경로를 확인한 결과 그날이 7월 19일과 8월 29일 중 하나일 가능성이 높다는 결론을 내렸다. 두 날짜 중 사건 발생일을 특정하기 위해 경찰은 날씨 데이터를 확인했다. A 씨가 사건 발생일에 비가 왔다는 것을 분명히 진술했기 때문이다.
경찰은 날씨 정보를 바탕으로 사건 발생일을 7월 19일로 최종 확정했다. 이날 서울 성북구와 동대문구 일대에 비가 왔다는 사실을 확인한 것이다.
하지만 B 씨는 A 씨의 폭행 혐의와 휴대전화 손괴 혐의를 모두 부인했다. 그는 사건 발생일로 특정된 7월 19일 자신은 분당에 있었고 과외 수업을 진행하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또한 20일에는 A 씨가 분당으로 와서 함께 술을 마셨다고 진술했다. 실제로 A 씨의 신용카드 내역에는 그날 분당의 맥줏집에서 결제한 기록이 남아 있었다.
양측 주장이 엇갈리는 가운데 서울북부지법 형사3단독 박석근 부장판사가 지난달 27일 B 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고 뉴스1이 19일 보도햇다.
법원은 사건 발생일로 특정된 7월 19일이 정확한지 재확인했다. 기상청에 사실 조회를 요청해 확인한 결과, 해당 날짜에 성북구와 동대문구 일대의 강수량은 0mm였다. 이는 A 씨가 주장한 '비 오는 날'과 전혀 맞지 않았다.
박 부장판사는 판결문에서 "경찰이 사건 발생일로 특정한 7월 19일은 A 씨의 진술을 토대로 추정된 것이며, 날씨 검색 결과를 제출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법원이 직접 사실 조회를 통해 확인한 날씨 정보와도 배치되는 점이 있어 이를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사건이 발생한 다음 날 두 사람이 식사를 함께했다는 점도 A 씨 진술의 신빙성을 의심하게 만들었다. 박 부장판사는 "'B 씨와 심하게 싸운 다음 날에는 그와 식당, 술집, 호텔을 가거나 데이트를 한 적이 없다'는 A 씨의 진술과는 모순되는 부분이 있다"고 밝혔다.
결국 법원은 A 씨의 진술이 사건을 완벽하게 입증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박 부장판사는 "피해자의 진술은 전체적으로 신빙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증거가 부족해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한다"고 판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