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여행객들이 선택한 최고의 ‘가심비’ 여행지는 베트남으로 나타났다. ‘가심비’란 가격 대비 심리적 만족도를 의미하는 신조어로, 베트남은 69.5%의 높은 가심비 점수로 1위를 기록했다. 이어 체코(68.9%), 스페인(67.5%), 뉴질랜드(67.0%), 헝가리(66.9%)가 상위권에 자리했다. 반면 북부와 서부 유럽, 미주 지역은 하위권에 머물렀으며, 한국은 중위권에 위치했다.
이와 같은 결과는 여행 리서치 전문기관인 컨슈머인사이트의 ‘연례 여행 만족도 조사’에서 밝혀졌다. 조사는 지난해 9월부터 올해 8월까지 1년간 해외여행을 다녀온 1만 2074명과 국내 여름휴가 여행객 1만 7077명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조사에서는 주요 여행지와 해당 지역의 가심비에 대한 평가가 분석됐다.
베트남은 한국인이 일본 다음으로 가장 많이 찾는 해외 여행지이며, 코로나19 이전과 비교해 여행자 점유율이 크게 증가했다. 지난 2019년 8월 대비 올해 8월까지 78%나 늘어난 수치다. 응답자 중 10명 중 7명이 베트남의 가심비가 우수하다고 응답했다.
아시아 지역에서는 베트남 외에도 대만(61.2%, 9위)과 일본(65.6%, 8위)이 상위권에 들었으며, 한국(55.1%, 16위)은 중위권에 머물렀다. 유럽의 경우 스위스(51.0%, 22위), 프랑스(45.3%, 29위), 영국(33.4%, 32위) 등의 국가가 가심비에서 하위권을 기록했다. 미주 지역에서도 하와이(51.5%, 21위)와 캐나다(50.4%, 23위)가 저조한 성적을 보였다.
가심비와 종합만족도 간 상관관계를 분석한 결과, 체코(가심비 2위, 만족도 5위), 스페인(3위, 4위), 뉴질랜드(4위, 8위) 등이 가심비와 종합만족도가 모두 높은 국가로 평가됐다. 이와 반대로, 베트남은 가심비 1위에도 불구하고 만족도는 19위에 그쳐 전체적인 여행 인프라 부족으로 인해 중위권에 머물렀다.
스위스(22위, 종합만족도 1위)와 하와이(21위, 종합만족도 3위)는 가심비는 낮지만 뛰어난 자연경관과 서비스로 높은 만족도를 기록했다. 반면, 홍콩(31위), 몽골(26위), 중국(24위) 등은 높은 물가와 빈약한 관광자원, 정치적 불안 등으로 인해 가심비와 만족도가 모두 낮은 평가를 받았다.
한국(가심비 16위, 만족도 26위)은 주변국들과 비교해 관광 인프라와 콘텐츠 면에서 부족함을 드러냈다. 특히 먹거리 부문에서 물가와 서비스 문제가 가심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여행 비용이 높아질수록 여행객들은 “돈이 아깝다”는 불만을 느끼게 되고, 이는 가심비 평가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친다.
이번 조사 결과는 여행객들이 가심비를 중요한 요소로 고려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베트남의 경우, 코로나19 이후 한국인 여행객의 선호도가 크게 높아진 배경으로 합리적인 비용으로 만족스러운 경험을 할 수 있다는 인식이 확산된 것으로 분석된다.
반면, 유럽과 미주 지역의 유명 관광지는 높은 물가와 만족도 면에서 기대에 미치지 못해 낮은 평가를 받았다. 한국의 경우 가심비와 종합만족도 모두 중하위권에 머물러, 개선이 필요한 부분이 많다는 점이 드러났다. 특히 먹거리 부문에서의 문제는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로 지적됐다.
이러한 조사 결과는 여행객들의 선호도가 변화하고 있음을 나타내며, 비용 대비 만족도가 높은 여행지를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해지고 있다. 앞으로 여행업계와 각국 관광 정책에서는 합리적인 가격으로 질 높은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 더욱 중요해질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