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년간 이스라엘의 정보망을 농락하며 건재함을 과시하던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수장 야히야 신와르(61)가 이스라엘 훈련부대에 속한 10대 병사에게 사살된 것으로 나타났다.
17일(현지 시각)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이스라엘군 소대 지휘관 훈련부대는 전날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남부도시 라파의 탈 알술탄 지역에서 통상적 순찰을 돌던 중 하마스 전투원들과 우연히 마주쳤다.
당시 19세 군인들로 구성된, 숙련도가 떨어지는 이 부대는 드론(무인기) 지원을 받으며 교전에 들어간 끝에 전투원 3명을 살해했다.
하마스 전투원은 건물을 뛰어 옮겨 다니다가 교전이 시작되자 흩어졌다. 신와르로 신원이 확인된 전투원은 혼자 건물 한 곳에 들어갔다가 드론에 위치가 포착된 뒤 살해됐다.
이스라엘 당국자들은 전투원들이 몸을 숨긴 건물 일부가 무너지자 수색하는 과정에서 신와르와 흡사한 시신 한 구를 발견했다고 전했다. 눈 주위 사마귀와 뻐드렁니로 신와르라는 것을 바로 알아봤다고 한다. 이스라엘군은 치과 기록을 토대로 사망자 중 1명이 신와르임을 짐작한 뒤 지문 분석을 통해 신원을 최종적으로 확인했다고 한다.
이스라엘 매체 와이넷은 신와르와 함께 사망한 하마스 대원 2명 중 1명이 유엔 팔레스타인 난민구호기구(UNRWA)의 교사였고 다른 1명은 하마스의 고위 관리라고 설명했다. 또 둘 중 한명이 하마스의 라파 여단 지휘관 무하마드 샤마나일 가능성이 있다는 보도도 있다고 와이넷은 덧붙였다.
이스라엘군은 신와르의 사망 직전 모습이 담긴 영상도 공개했다. 이스라엘군은 18일 군 소셜미디어(SNS) 계정에 "신와르의 마지막 순간을 담은 무보정 영상"이라며 48초 길이의 드론 촬영 영상을 올렸다.
영상은 드론이 폭격으로 폐허가 된 건물의 2층 창문으로 들어가는 장면으로 시작했다. 이어 흙먼지가 가득한 실내를 비췄고, 한쪽에 놓인 안락의자에는 머리와 얼굴을 천으로 가린 사람이 앉아있었다. 이스라엘군은 붉은색 실선으로 이 사람을 표시하며 그가 신와르라고 밝혔다.
구부정한 자세로 앉아 있던 그는 드론을 발견하자 잠시 노려보다 앉은 자세 그대로 손에 들고 있던 긴 막대기를 드론 쪽으로 던졌다. 영상은 드론이 이를 피했다가 다시 신와르를 찍으며 끝났다.
신와르를 발견해 살해한 장소는 이스라엘군이 전혀 예상하지 못한 장소였다. 미국과 이스라엘 정보당국은 신와르가 암살 위험을 피하기 위해 깊은 땅굴 속에 이스라엘인 인질들과 함께 머물 것으로 파악하고 있었다.
신와르는 지난해 10월 7일 이스라엘에 기습적으로 침투해 1200명을 잔혹하게 살해한 하마스 조직원들의 우두머리로 근거지인 가자지구에 대한 이스라엘의 보복 전쟁이 시작되자 그는 자신을 표적으로 한 공습과 지상 작전을 계속 피해 왔다. 그의 사망설이 돌기도 했으나 번번이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이번에 죽음을 맞이한 순간에는 인간 방패로 내세울 인질도 없었고 자신을 보호할 많은 경호원도 없었다. 이는 신와르가 은밀하게 이동하려고 했거나 전쟁 중에 경호원들을 다 잃어버렸을 수 있는 가능성으로 해석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