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최초로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한강 작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그가 20대 시절 방송에 출연했던 모습도 재조명되고 있다.
유튜브 채널 'EBS교양'은 15일 ‘노벨문학상 수상자의 20대 시절 여행은 어떤 감성인가요. 작가의 소설 ‘여수의 사랑’의 발자취를 따라서’라는 제목의 영상을 올렸다.
영상은 1996년 EBS에서 방영된 ‘문학기행 - 한강의 여수의 사랑’ 편을 편집한 내용이다. ‘여수의 사랑’은 1995년 출간된 한강 작가의 첫 책이자 첫 번째 소설집이다. 한강 작가와 함께 여수항, 돌산도, 남산동 등 여수 곳곳을 다니며 ‘여수의 사랑’을 어떻게 쓰게 되었는지, 소설이 어떠한 의미를 갖는지 이야기하는 내용이다.
영상은 빨간 윗옷에 청바지를 입고, 백팩을 멘 한강(당시 27) 작가가 버스에서 내리며 시작한다. 화장기 없는 얼굴에 머리를 질끈 동여맨 모습의 한강 작가에게 제작진은 “오느라 힘들었죠?”라고 묻는다.
원래는 비행기를 타고 여수에 오려고 했으나 안개 탓으로 결항이 되면서 약속 시간보다 7시간이나 늦게 여수에 도착했다고 한다. 한강 작가는 미소 지으며 “아니에요”라고 답했다.
이 장면에 “소설가라는 직함을 달기엔 아직 앳되어 보이는 스물일곱의 처녀. 그녀가 많은 비평가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으며 소설가로서 이름을 알린 작품이 여수를 배경을 한 ‘여수의 사랑’이다”라는 내레이션이 깔렸다.
한 작가가 글을 쓰기 위해 일부러 여수를 찾아온 것은 아니었다고 한다. 그는 여수를 소설의 배경으로 한 이유에 관해 “여수라는 이름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고 고백했다. 이어 “여수가 아름다운 물(麗水)이라는 고장의 이름이 되기도 하고, 여행자의 우수(旅愁)라는 뜻의 여수가 되기도 하는 중의적인 것 때문에 여수를 택했다”고 설명했다.
‘여수의 사랑’은 어딘가 상처 입은 사람들의 이야기다. 여수발 기차에 실려와 서울역에 버려진 자흔, 동생의 죽음을 목격한 인규, 백치 같은 여동생을 버리고 고향에서 도망친 정환 등 외롭고 고단하고 슬프면서도 아름다운 삶을 그려냈다.
한강 작가는 “오히려 젊기 때문에 어두울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며 “제 생각에는 나이를 먹을수록 더 밝아지는 부분도 있을 것 같다”고 했다. 이어 “겉으로 보기엔 평범해 보이는 사람이라도 누구한테나 말할 수 없는 상처가 하나씩은 있다고 생각한다”며 “그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고 전했다.
영상을 본 누리꾼들은 “이분은 28년 뒤 대한민국을 길이길이 빛낼 노벨상 수상자가 된다”, “대학교 때 첫사랑 다시 보는 느낌이다”, “노벨상 수상 작가의 다큐멘터리를 자막 없이 본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