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한 지 10년 이상 지난 부모의 감정 다툼으로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린다는 대학생의 사연이 인터넷 커뮤니티에 소개됐다.
글쓴이 A 씨는 16일 네이트판에 글을 올려 이혼한 부모 사이에서 겪는 스트레스를 토로하고 나섰다.
20대 초반 대학생인 A 씨는 이혼 후 어머니와 함께 살고 있지만 아버지와의 왕래도 적지 않다. 문제는 부모가 서로의 안부를 A 씨를 통해 물을 때마다 싸움을 벌이고 그 화풀이가 글쓴이에게까지 이어진다는 점이다. 글쓴이는 어렸을 때부터 이러한 상황이 반복돼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털어놨다. 부모는 주로 경제적인 문제로 다툰다. 이혼 후 A 씨 아버지의 형편은 좋아졌지만 어머니는 반대로 경제적 어려움을 겪은 것이 다툼의 원인이 됐다. 글쓴이가 올린 글은 다음과 같다.
“생각할수록 진짜 어쩌라는 건지 모르겠어서 많은 분들이 보시는 결시친에 글 남깁니다. 부모님은 이혼하신 지 10년도 넘었습니다. 저는 20대 초반 대학생입니다. 엄마와 같이 살고 있고 아빠와도 왕래가 적은 편은 아닙니다. 그런데 엄마와 아빠는 가끔 저에게 서로 안부를 물으십니다. 두 분 사이가 좋지 않습니다. 엄마나 아빠나 잘 지낸다고 하면 저 혼자만 잘살면 다냐고 자식을 잘 키워야지 하면서 저에게 화를 내십니다. 어디 아픈 것 같더라 하면 효도하라고 합니다. 그냥 그렇게 지낸다고 하면 관심이 없냐고 그럽니다. 이게 어렸을 때부터 반복되다 보니 안부를 묻는 것조차 제 나름 스트레스였습니다. 두 분 사이가 안 좋으신 결정적인 이유는 돈입니다. 아빠는 이혼하고 나서 형편이 좋아지셨고 엄마는 이혼 전에는 경제력이 좋았지만 이혼 후 형편이 안 좋아지셨습니다. 두 분 다 사업을 하십니다. 제일 어이없던 일을 소개합니다. 엄마가 아빠 잘 지내냐고 물어봤어요. 그래서 얼마 전에 아파트 단지에 있는 헬스장 끊었다며 활기차 보이고 좋아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그랬더니 엄마가 ‘운동할 돈은 있고 너한테 쓸 돈은 없는 갑다’라고 말했습니다. 저는 그냥 뭘 또 그러냐고 하고 넘겼습니다. 그런데 그 얘기를 듣고 엄마가 아빠에게 전화해 뭐라 하다가 싸웠는지 아빠가 저에게 전화해서 ‘넌 또 그걸 그새 말했냐’며 ‘왜 이렇게 입이 싸냐’고 온갖 짜증을 다 냈습니다. 저도 해탈해서 ‘그냥 서로 안부 묻지 말라’고, ‘이혼한 부부가 서로 안부를 물었다 하면 싸우고 화풀이를 자식한테 하냐’고 화를 냈습니다. 엄마에게도 ‘이럴 거면 안부 그만 좀 물어라’ 지긋지긋하다‘고 하니까 아빠가 엄마에게 전화해서 ’오냐오냐 키웠더니 저런 거다‘라고 말하고, 엄마는 ’아니다‘라고 하면서도 은근슬쩍 제 흉을 봅니다. 전화소리는 왜 이렇게 잘 들리는지 진짜 미치고 팔짝 뛸 것 같아요. 제가 비정상인가요? 진짜 미칠 것 같아요.”
글을 본 네티즌들은 글쓴이에게 다양한 조언을 건넸다. 한 네티즌은 "안부 물어보면 그냥 '모르겠다'고 하고 ’궁금하면 직접 물어보라‘고 하라"고 냉정하게 대처할 것을 권유했다. 이 네티즌은 "부모님이 이기적이라고 난리 쳐도 몇 번 괴롭히다 나오는 게 없다고 판단되면 그만둘 것"이라며 흔들리지 말라고 조언했다.
또 다른 네티즌은 글쓴이 행동에 대해 지적하며 "너도 이상하다. 지긋지긋하다면서도 꼬박꼬박 질문에 대답해주고 소식을 전하는 건 뭐냐"며 "부모님께 분명히 서로에 대한 질문을 하지 말아 달라고 의사를 표명하라"고 강조했다.
어머니를 비판한 누리꾼도 있었다. 이 누리꾼은 "이혼 후 아빠가 잘 풀리니까 자식을 이용해 엮어 보려는 것 같다"며 어머니 행동을 비판했다. 그는 "엄마의 히스테리가 더 불타오를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네티즌은 "이혼했으면 확실히 갈라서야지 자식에게 안부를 묻고 돈 문제를 끌어들이는 건 부당하다"며 "부모로서 자식에게 불똥이 튀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냉정하게 지적했다.
부부가 서로에게 미련이 있는 것 같단 주장도 있었다. 이렇게 주장한 네티즌은 "부모님이 서로에게 미련이 남아서 자식을 염탐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자식을 가운데 두고 서로를 염탐하는 건 결국 자식을 괴롭히는 행동"이라면서 글쓴이 상황에 대해 안타까움을 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