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한강이 인터뷰에서 소개한 인생의 책이 새삼 화제를 모으고 있다.
2014년 네이버 '지식인의 서재'와의 인터뷰에서 한강은 자신의 서재를 '전화 부스'라고 표현했다. 그는 "공중전화 부스에 들어가서 문을 닫으면 바깥이 보이지만 소리는 들리지 않는다"며 "세계의 한가운데지만 조금은 떨어져 있다는 점이 서재를 닮았다"고 설명했다.
한강은 이날 인터뷰에서 인생 책 총 5권을 소개했다. 그 중 첫 번째 책은 '까라마조프 씨네 형제들 상'이다. 이 책은 그에게 가장 많은 영향을 줬던 작가 도스토옙스키의 작품이다. 그는 "무엇과도 타협하지 않으면서 소설을 써낼 수 있다는 것에 감탄하며 밤을 새워 책을 읽었다"고 말했다.
이어 파스테르나크의 에세이 '어느 시인의 죽음'을 추천했다. 책은 작곡가를 꿈꿨던 파스테르나크의 방황을 그렸다. 특히 한강은 자신의 재능이 부족하다는 것을 깨닫고 음악과 작별하는 작가의 모습을 명장면으로 꼽았다.
볼프강 보르헤르트의 작품 '이별 없는 세대'는 25편의 단편과 14편의 시를 묶은 단편선이다. 제2차 세계대전을 겪으며 목격한 전쟁의 참상을 형상화했다. 한강은 "뭔가를 이뤄보겠다는 마음 없이 혼자 성냥불을 켜보고 그게 꺼지는 걸 들여다보는 것 같은 그런 짧고도 내밀한 그러면서 아주 따뜻하고 진실한 기록들"이라고 덧붙였다.
한강이 가장 좋아하는 판화가는 '케테 콜비츠'이다. 그는 "자신의 작업에 무척 진지하게 임하고 죽는 날까지 작업을 멈추지 않았던 사람"이라며 "케테 콜비츠의 삶에 항상 감동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판화도 좋지만 이 사람의 자화상이 변모해가는 과정이 좋다"며 "제가 좋아하는 미술가이자 어떤 인간이라서 얘기를 해보고 싶었다"라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그가 뽑은 마지막 책은 '아버지의 땅'이다. 작가 임철우의 작품으로 1980년부터 3년에 걸쳐 완성된 단편소설집이다. 한강은 "글을 쓰고 싶다는 마음을 처음 갖게 된 작품이다"라고 소개했다. 임철우는 1981년 신춘 문예 소설 부문에 중편소설 '개 도둑'으로 등단해 현재까지도 활발히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한편 '지식인의 서재'는 여러 분야의 전문 지식인들을 만나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는 지식나눔 채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