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혈압은 오랜 기간 방치하면 뇌졸중, 심부전, 치매 등과 같은 이차적 합병증의 위험성이 장기간에 걸쳐 증가하기 때문에 위험하다. 딱히 아프다거나 하는 증상도 없고, 증상을 자각할 수 있을 때는 이미 늦어버린 경우가 많아 평소 건강할 때 규칙적으로 측정해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데 최근 팔을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혈압 측정값이 크게 달라진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측정할 때 팔의 위치가 잘못되면 자칫 고혈압으로 오진될 수도 있다. 올바른 혈압 측정 자세에 대해 알아보자.
미국 존스 홉킨스 대학 연구진은 혈압 측정 시 팔의 위치가 결과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했다. 연구진은 18세에서 80세 사이의 성인 133명을 모집해 세 가지 다른 팔 위치에서 혈압을 측정했다.
정상 혈압은 수축기 혈압이 120 mmHg 미만이고 이완기 혈압이 80 mmHg 미만일 때를 말한다. 혈압이 140/90 mmHg 미만이면 전고혈압으로 분류되고, 160/100 mmHg 미만이면 1단계 고혈압, 160/100 mmHg 이상이면 2단계 고혈압으로 분류된다.
수축기 혈압은 심장이 뛸 때 동맥벽에 가해지는 압력을 의미하고, 이완기 혈압은 심장이 이완하는 동안 동맥벽에 가해지는 최소 압력을 의미한다.
참가자들은 혈압 측정 전 방광을 비우고 2분 동안 걸은 후 등받이와 발받침이 있는 의자에 앉아 5분 동안 휴식을 취했다. 그런 다음 세 가지 앉은 자세에서 각각 세 번씩 혈압을 측정했다. 각 측정 사이에는 2분간의 걷기와 5분간의 휴식이 반복됐다.
그 결과, 팔을 무릎에 두거나 자연스럽게 늘어뜨린 상태에서 측정한 혈압이 책상이나 테이블에 팔을 올려놓고 측정한 혈압보다 현저히 높게 나타난 것으로 확인됐다.
팔을 책상에 올려놓지 않고 자연스럽게 늘어뜨린 상태에서 측정했을 때 수축기 혈압과 이완기 혈압은 7 mmHg 과대평가됐다.
무릎에 팔을 지지한 채 혈압을 측정했을 때 수축기 혈압은 3.9 mmHg, 이완기 혈압은 4 mmHg 과대평가됐다. 팔을 옆구리에 붙인 채로 측정했을 때는 더욱 심해 수축기 혈압이 6.5 mmHg, 이완기 혈압이 4.4 mmHg 과대평가됐다.
연구진은 팔이 적절한 위치나 지지를 받지 못했을 때 혈압 측정값이 높게 나오는 데는 여러 가지 생리적 이유가 있다고 추정했다. 심장과 커프가 놓인 위치 사이의 수직 거리가 더 멀면 중력의 힘으로 인해 동맥벽에 대한 혈액의 압력이 증가해 혈압이 과대평가될 수 있으며, 지지를 받지 못한 팔은 근육 수축으로 이어져 혈압이 상승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혈압을 측정할 때 팔의 위치가 큰 차이를 만든다"며 "책상이나 탁자 같은 단단한 지지대 위에 팔을 올려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등받이가 있는 의자에 등을 곧게 펴고 앉아 두 발을 바닥에 평평하게 두고, 팔을 책상이나 테이블에 올려 혈압 측정기를 심장 높이에 맞출 것을 권장하고 있다.
이상적인 책상과 의자 사이의 거리는 20~30 cm이며, 혈압을 측정할 때는 맨살이나 얇은 옷을 입는 것이 좋다. 혈압을 측정하기 전 5분간 휴식을 취하고, 정확성을 위해 몇 분 후 다시 측정하는 것도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