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피뎀을 비롯해 병원에서 마약류 오남용 사례가 계속 발생하고 있다.
지난 10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전진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한 환자가 병원 34곳을 돌며 졸피뎀 1만 1207개를 처방받기도 했다. ADHD 치료제, 식욕억제제를 오남용하는 사례도 많다.
의료용 마약류는 불안 증상 완화와 통증 관리 등의 목적으로 사용되지만, 오남용할 경우 중독에 빠질 수 있다.
그런데 환자가 여러 병원을 방문해 처방을 요청하면 제재할 방법이 딱히 없어 오남용하게 된다.
졸피뎀의 경우, 상위 20명이 전체 평균(88.3개)의 60배에 달하는 5315개를 처방받았다.
지난해 ADHD 치료제인 메틸페니데이트를 많이 처방받은 상위 20명은 총 52개 의료기관에서 1인당 평균 5658개를 처방받았다.
전체 환자의 평균 처방량(260.5개)의 약 22배나 된다.
식욕억제제 펜터민도 상위 20명이 1인당 평균 4950개를 처방받았다.
이러한 오남용을 줄이기 위해서는 의사가 환자의 투약 이력을 빠르게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현재는 이런 식으로 확인할 수 있는 약물은 펜타닐 뿐이다.
전 의원은 "마약류 오남용 우려가 있는 처방 환자들의 행태를 분석해보니, 복수의 의료기관을 방문해 처방받는 경우가 많았다"며 "이런 문제를 예방할 수 있도록 마약류 처방 전 투약 이력을 실시간으로 확인하는 시스템 확대가 시급하다"라고 지적했다.
한편 의사들이 본인에게 마약류를 임의로 처방하는 경우도 심각하다.
지난해 7월 3일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의사들이 본인에게 처방한 마약류 의약품이 2022년 기준 100만 건이 넘었다.
보도에 따르면 의사들이 마약류 의약품을 셀프 처방하는 건수는 해마다 늘었다. 지난 2020년엔 7755명, 2021년엔 7633명, 지난해엔 8238명이었다.
이들이 셀프 처방한 의약품은 3년 전 82만 7962개에서 지난 2021년 86만 473개로 늘었다. 특히 지난해엔 106만 2043개로 100만 개를 넘었다.
3년간 셀프 처방한 의사는 약 6% 늘어난 데 그쳤다. 반면 셀프 처방한 마약류 의약품은 30% 가까이 급증했다. 이는 가족 등 타인 명의로 처방한 경우는 제외한 숫자다.
실제 마약류 의약품 등을 처방할 때 중복 처방이나 오남용을 걸러낼 수 있는 의약품안전사용정보시스템 DUR이 있지만 강제로 사용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이에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셀프 처방이나 투약이 의심되는 병원들을 수사 의뢰하거나 집중적으로 점검하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사후 조치에 그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