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더리움 ETF(상장지수펀드)가 비트코인 ETF만큼 인기를 끌지 못하는 이유가 뭘까. 비트코인 ETF는 엄청난 수익을 기록한 데 반해 이더리움 ETF는 같은 수준의 관심을 끌지 못하는 이유를 미국 암호화폐(가상자산) 전문 매체 코인데스크가 11일 분석했다.
지난 7월부터 거래를 시작한 이더리움 ETF는 비트코인 ETF와 비교해 그 성과가 저조하다. 비트코인 ETF는 10개월 만에 약 190억 달러의 자금을 유치했으나, 이더리움 ETF는 출범 후 지금까지 순유출액이 5억 5600만 달러에 달했다. 파사이드(Farside) 데이터에 따르면 이번 주에도 800만 달러가 빠져나갔다.
이러한 성과 차이의 원인으론 몇 가지 요인이 지적되고 있다. 우선 이더리움 ETF의 성과가 나쁘게 보이는 건 비트코인 ETF와의 비교 때문이다. 비트코인 ETF는 역대 가장 성공적인 ETF로 평가받을 만큼 기록적인 자금을 끌어모았다. 블랙록과 피델리티가 발행한 IBIT와 FBTC는 각각 첫 30일 만에 42억 달러와 35억 달러를 유치했다. 이더리움 ETF는 같은 수준의 성과를 내지 못했다. 하지만 나름 성과를 거뒀다는 평가도 있다. 네이트 게라치 ETF 스토어 회장은 블랙록의 ETHE, 피델리티의 FBTC, 비트와이즈의 ETHW가 각각 10억 달러, 3억 6700만 달러, 2억 3900만 달러의 자산을 모았다고 설명했다. 이는 나쁘지 않은 성과다. 세 펀드 모두 올해 상위 25개의 ETF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그럼에도 이더리움 ETF가 주목받지 못한 이유 중 하나는 그레이스케일의 ETHE 때문이다. 이 펀드는 2017년에 신탁으로 시작됐고, 규제 문제로 인해 투자자들이 ETF 지분을 상환하지 못하는 구조였다. 그러나 지난 7월 23일 그레이스케일이 해당 신탁을 정식 ETF로 전환하면서 자산을 상환할 수 있게 됐다. 전환 당시 ETHE는 약 10억 달러의 자산을 보유하고 있었으나 이후 거의 30억 달러가 유출됐다. 비슷한 상황이 비트코인 ETF에서도 발생했지만, 블랙록과 피델리티의 비트코인 ETF가 이 유출을 상쇄했다.
이더리움 ETF의 또 다른 문제는 스테이킹 수익을 제공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더리움은 스테이킹을 통해 약 3.5%의 수익을 낼 수 있지만, ETF를 통해 이더리움을 보유할 경우 이러한 수익을 얻을 수 없다. 대신 관리 수수료를 내야 한다. 전통적인 투자자들은 스테이킹 수익을 포기하고 ETF의 안전성과 편리함을 선택할 수 있지만, 암호화폐에 익숙한 투자자들은 직접 이더리움을 보유하고 스테이킹을 선택할 가능성이 크다.
아담 모건 맥카시 카이코 리서치 애널리스트는 “암호화폐 시장을 이해하는 펀드 매니저라면 굳이 이더리움 ETF를 선택할 이유가 없다”라면서 ETF보다는 직접 이더리움을 사서 스테이킹을 하는 것이 더 유리하다고 지적했다.
이더리움 ETF가 어려움을 겪는 또 다른 이유는 투자자들에게 이더리움의 핵심 가치를 설명하는 것이 어렵기 때문이다. 비트코인은 공급량이 2100만 개로 고정돼 있어 ‘디지털 금’으로 간주되며 인플레이션에 대한 잠재적인 헤지 수단으로 쉽게 이해될 수 있다. 반면 이더리움은 분산형 스마트 계약 플랫폼으로서 다양한 용도를 갖고 있지만 이를 간단하게 설명하기가 어렵다. 에릭 발추나스 ETF 분석가는 “이더리움의 목적과 가치를 간단하게 설명하는 것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비트와이즈(Bitwise)는 최근 이더리움의 기술적 이점을 강조하는 교육 광고 캠페인을 시작해 투자자들에게 이더리움의 가능성을 알리고 있다. 잭 팬들 그레이스케일 연구 책임자는 “투자자들이 이더리움의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에 대해 더 잘 알게 되면 이더리움 기술과 ETF를 더 적극적으로 수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더리움 가격이 오르지 않은 것도 영향을 미쳤다. 올해 들어 이더리움은 4% 상승하는 데 그쳤다. 반면 비트코인은 42% 상승하며 2021년 기록한 사상 최고가에 근접하고 있다. 암호화폐 거래 회사 GSR의 연구 책임자 브라이언 루딕은 비트코인 ETF의 성공은 비트코인의 급등에 의해 촉진된 데 반해 이더리움은 가격이 최고점보다 30% 하락해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전통적인 투자자들이 이더리움의 현재 가치를 매력적으로 여기지 않는다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 이더리움의 시가총액은 약 2900억 달러다. 세계에서 가장 큰 은행인 제이피모건 체이스(6080억 달러)와 뱅크 오브 아메리카(3110억 달러)를 제외하면 다른 모든 은행보다 높은 수준이다. 암호화폐 헤지펀드 레커 캐피탈(Lekker Capital)의 창립자인 퀸 톰슨은 “이더리움의 현재 가격은 어떤 평가 기준으로도 정당화하기 어렵다”며 가격이 내려가거나 새로운 평가 기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마디로 이더리움 가격이 지나치게 비싸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