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최초이자 아시아 여성으로서 소설가 한강(53)이 2024 노벨문학상을 수상하며 그의 소설들이 서점가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특히 그의 작품 속 배경지인 5·18 광주민주화운동과 제주 4·3사건이 다시금 조명받고 있다. 이러한 역사적 사건들은 한강의 작품에 심오한 의미를 더하고 있다.
한강의 대표작인 '소년이 온다'는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다룬 소설로, 주인공 동호의 비극적인 이야기를 통해 인간의 잔혹함과 위대함을 동시에 드러낸다. 이 작품은 2014년 만해문학상과 2017년 이탈리아 말라파르테 문학상을 수상하며 전 세계 20여 개국에서 번역 출간됐다. 소설 속에서 동호는 계엄군의 발포로 친구를 잃고, 자신의 운명을 타고 나간다.
광주를 방문하면 '소년이 온다' 이야기들이 생생히 떠오른다. 전일빌딩245에서는 헬기에서 발사된 총탄의 흔적을 볼 수 있다. 이곳은 5·18 민주화운동의 진실을 알리는 공간으로 재탄생했다. 또 5·18 자유공원은 상무대 법정과 영창을 복원하여 당시의 상황을 상기시킨다. 공원 내 헌병대 본부 사무실은 시민들이 겪었던 고문과 폭력의 흔적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5·18 민주화운동의 중심지인 금남로에는 '5·18운동 기록관'이 위치해 있다. 이곳에서는 민주화운동의 기록물과 당시의 역사적 사건들을 생생하게 엿볼 수 있다. 2011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된 기록물은 현재까지도 많은 이들에게 감동과 교훈을 주고 있다.
한편 제주 4·3 사건을 다룬 '작별하지 않는다'는 세 여성의 시선을 통해 비극적인 역사를 조명한다.
주인공 경하는 제주도에서 만난 인선의 가족사와 4·3 사건을 통해 아픈 과거를 마주하게 된다. 이 사건은 인선의 부모님이 직접적인 피해자였고, 인선은 어머니의 남긴 자료를 바탕으로 참혹한 역사의 빈자리를 채운다.
제주 4·3 사건의 흔적을 찾아가는 여정은 그야말로 슬픈 역사 속으로의 여행이다. 제주4·3평화공원은 사건의 기억과 희생자를 추모하는 공간으로, 이곳에서는 매년 4월 3일 희생자 추념식이 열린다. 평화기념관 내에서는 사건의 배경과 과정이 자세히 설명되어 있어 방문자들에게 제주 4·3 사건의 아픔을 전한다. 전시관에서는 약 3만여 명의 제주도민이 억울하게 목숨을 잃은 사실을 다루며, 당시 주민들의 생존과 도피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특히, '섯알오름'은 6·25 전쟁 당시 예비검속에 체포된 수많은 사람들이 무고하게 집단 처형된 곳으로, 그 슬픔이 뼈저리게 느껴지는 장소이다. 그들의 시신은 여러 해에 걸쳐서도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지 못했다. 이런 아픔은 제주도 곳곳에 스며들어 있다.
한강 작가의 작품들은 이러한 역사적 사건을 배경으로 하여 아픈 과거를 잊지 않도록 경각심을 일깨운다. '소년이 온다'와 '작별하지 않는다'는 단순한 소설이 아니라, 우리의 역사와 그 아픔을 직시하게 만드는 중요한 작품이다. 이로 인해 많은 이들이 그 시절의 아픈 기억을 다시금 떠올리며, 현재의 민주주의와 인권의 소중함을 되새기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