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키트리=이창형 기자]=지난해 '철근 누락' 아파트 사태 이후 국토교통부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혁신안을 발표하며 부실시공 전관 업체들에 대해 배제 방침을 밝혔으나 일부 업체들은 법적 허점을 노려 소송 등으로 무력화하고 계속 사업을 수주해온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김정재 의원(국민의힘·포항시북구)이 LH와 조달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조달청은 지난 4월부터 현재까지 LH 아파트 설계 15건(발주액 630억원), 감리 8건(489억원)에 대한 입찰을 진행했다.
총 23건의 입찰 중 65%인 15건(설계 10건, 감리 5건)이 철근 누락 등 부실시공 원인을 제공한 업체에 돌아갔다. 이 업체들이 따낸 일감은 총 759억원으로 전체 발주액의 68%에 달했다. 낙찰 업체 상당수가 LH 퇴직자를 영입한 전관 업체로 알려졌다.
지난 9월 경기 화성 동탄2신도시 C-14블록 감리 용역을 수주한 A사는 올해 초 LH에서 ‘설계 도면대로 시공됐는지 확인을 소홀히 했다’는 이유로 벌점을 받았다.
이 업체가 감리를 맡은 충북 음성군의 아파트 단지 123개 중 101개에서 철근이 누락된 사실이 밝혀진 탓이다.
지난 6월 3기 신도시인 고양창릉 A-3 블록 설계 용역을 수주한 B사 역시 같은 이유로 벌점을 받았지만, 입찰 참여에 아무 지장이 없었다.
두 업체 모두 법원에 벌점 부과 효력을 정지해달라고 요청했기 때문이다.
법원 최종 판결이 나올 때까지는 벌점을 받지 않은 것과 같은 상태여서 일감을 수주한 것이다.
철근 누락으로 지하 주차장이 무너진 인천 검단 아파트 감리를 맡은 C사도 올해 LH에서 2건의 일감을 따냈다.
이 업체는 2022년 붕괴 사고로 사상자를 7명 낸 광주 화정동 아파트 감리 업체이기도 하다. 경기도는 광주 화정동 아파트 사고와 인천 검단 아파트 사태로 C사에 총 1년 6개월의 영업정지 처분을 내렸다. LH도 입찰 제한 처분을 내렸다.
그러나 C사는 행정소송을 제기해 영업정지 효력을 정지하고서 LH 사업 수주를 계속하고 있다. 영업정지 처분 이후 현재까지 수주한 LH 사업만 6건, 약 282억원 규모에 달한다.
김정재 의원은 “제도의 허점을 악용해 사업 수주를 이어나가는 업체가 많아 서민 보금자리인 LH 공공주택 부실시공이 끊이지 않는 것”이라며 “벌점 처분의 실효성을 높이는 강도 높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