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인들이 도저히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하는 ‘공무원 문화’

2024-10-06 10:21

하급 공무원들이 사비 걷어서 윗사람 식사 대접 ‘모시는 날’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로 공무원들이 출근하는 모습. / 뉴스1(2022년 5월 19일 촬영)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로 공무원들이 출근하는 모습. / 뉴스1(2022년 5월 19일 촬영)

일반인에겐 다소 생소한 공무원 문화가 있다. ‘모시는 날’ 관행이다. 공직 사회에서 하급 공무원들이 사비를 걷어 국장이나 과장에게 식사를 대접하는 날을 말한다. ‘모시는 날’ 관행이 여전히 계속돼 하급 공무원들에게 부담을 주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위성곤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방공무원 1만2526명을 대상으로 ‘모시는 날’에 대한 인식을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75.7%인 9479명이 이 관행을 알고 있다고 답했으며, 이 중 전체 응답자의 44%인 5514명은 최근 1년 내에 직접 경험했거나 현재도 경험 중이라고 밝혔다고 6일 발표했다.

‘모시는 날’은 주로 점심 식사(57.6%)로 진행됐다. 저녁 식사(7.2%)나 술자리(10.4%)와 함께하는 경우도 있었다. 이들이 모시는 대상은 대개 소속 부서의 국장과 과장이었다. 둘 모두에게 음식을 대접하는 경우가 44.9%로 가장 많았다. 과장만 대접하는 경우는 35.5%, 국장만 대접하는 경우는 17.0%였다.

비용 부담 방식은 주로 소속 팀별로 사비를 걷어 팀 비에서 지출하는 경우가 55.6%로 가장 많았다. 당일 비용을 각출하거나 미리 돈을 걷는 방식은 21.5%, 근무 기관의 재정을 편법 또는 불법적으로 사용하는 경우는 4.1%였다. 국장이나 과장이 비용을 부담하는 경우도 있었지만, 이때는 주로 업무추진비(31.1%)를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모시는 날’에 대한 공무원들의 반응은 대체로 부정적이었다. 응답자의 69.2%가 ‘부정적’이라고 답했으며, 그중 44.7%는 ‘매우 부정적’이라고 답했다. 특히 ‘모시는 날’이 필요한지에 대한 질문에서는 43.1%가 ‘전혀 필요하지 않다’, 25.8%가 ‘별로 필요하지 않다’고 응답했다. 그 이유로는 84%가 ‘시대에 맞지 않는 불합리한 관행’이라고 지적했다.

자유롭게 의견을 적는 문항에는 2085명이나 참여했다. 이 중 일부 의견은 ‘9급 3호봉인데 매달 10만 원씩 내는 게 부담스럽다’, ‘월급 500만 원 받는 사람들이 200만 원 받는 청년들 돈으로 점심을 먹는 게 이상하다’, ‘차라리 본인 몫의 식사비라도 냈으면 좋겠다’ 등의 반발이 주를 이뤘다.

“부서장의 취향을 고려해 제철 음식을 고르고, 다른 팀과 메뉴가 겹치지 않도록 조정해야 한다”며 준비 과정의 고충을 토로한 의견도 있었다. 심지어 식당을 예약하고 수저 세팅까지 하느라 오전 업무에 집중하기 어렵다는 하소연도 나왔다.

이외에도 "제발 이 관행을 없애달라"는 호소가 담긴 의견이 수백 건 제출됐다. 소속 기관의 실명을 거론하거나 구체적인 감사를 요구하는 응답도 다수 있었다. ‘모시는 날’ 관행은 지자체뿐만 아니라 경찰청, 보건소 등 다른 공공기관에서도 빈번하게 발생한다고 위 의원은 전했다.

위 의원은 "젊고 유능한 공직자들이 느끼는 무력감이 가장 큰 문제"라며 "현장 실태를 모르는 중앙부처 담당자들은 탁상행정으로 방관하고 있다"고 말했다.

home 채석원 기자 jdtimes@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