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다음 달 미국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핵 실험이나 ICBM(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 같은 주요 도발을 할 가능성이 크다고 윤석열 대통령이 말했다.
윤 대통령은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정상회의 참석차 동남아 3개국 순방을 떠나기 전 AP 통신과의 서면 인터뷰에서 북한이 최근 핵 시설을 공개한 것은 미국의 관심을 끌려는 의도로 보인다면서 이처럼 밝혔다.
6일 공개된 인터뷰에서 윤 대통령은 이번 ASEAN 정상회의에서 북한의 비핵화가 지역 평화의 필수 요소임을 강조할 것이라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이번 ASEAN 관련 정상회의에서 자유롭고 평화롭고 번영하는 인도·태평양 지역을 실현하기 위해 북한 비핵화가 필수적이라는 점을 강조할 것"이라며 "국제사회가 북한의 무모한 행동을 절대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는 분명한 메시지를 보낼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몇 주 동안 북한이 비밀 우라늄 농축 시설을 공개하고 핵무기를 더 많이 만들겠다고 선언하며 도발적인 미사일 실험을 계속해 북한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난주에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남측이 도발하면 핵무기로 서울을 비롯한 한국을 파괴하겠다고 위협했다.
많은 외국 전문가는 북한이 제재 완화를 얻어내기 위해 결국 더 많은 핵무기를 확보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이들은 김 위원장이 2018~2019년 자신과 핵 외교를 한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다시 당선되면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을 가능성이 더 크다고 생각할 수 있다고 본다. 공화당 대선 후보인 트럼프 전 대통령은 선거 운동 중 김 위원장과의 개인적인 관계를 자랑했지만, 카멀라 해리스 민주당 후보는 "김 위원장 같은 독재자들과 친하게 지내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북한이 지난달 핵 시설을 공개하며 미국 주도의 비핵화 노력에 반기를 들었다. 북한이 무기급 우라늄을 생산하는 시설을 공개한 것은 2010년 핵물리학자 시그프리드 헤커가 이끄는 미국 학자들에게 영변 핵시설을 보여준 이후 처음이다. 헤커는 최근 북한 사진에 나온 원심분리기 홀이 2010년에 자신이 본 것과는 다른 것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북한은 미국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미국과 국제사회의 관심을 끌기 위해 최근 핵 시설을 공개한 것으로 보인다"며 "앞으로 핵 실험과 ICBM 발사 등 추가 도발을 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한국이 북한의 핵 실험이나 ICBM 시험 준비를 나타내는 활동을 포착했는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다만 한국은 한미 합동 정보·감시 자산을 통해 북한의 동향을 면밀히 감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북한은 2006년 이후 6차례의 지하 핵 실험을 했고, 최근 몇 년간 다수의 ICBM 시험 발사를 실시했다. 추가적인 시험은 핵무기와 미사일 능력을 더 발전시키기는 데 그 목적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많은 전문가는 북한이 아직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핵 미사일을 보유하지 못한 것으로 보고 있지만, 한국과 일본을 겨냥할 수 있는 미사일은 이미 보유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2022년 취임 이후 보수 성향의 윤 대통령은 북한의 핵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한미 군사 동맹 강화를 외교 정책의 중심으로 삼았다. 그는 또한 일본과의 역사적 갈등을 극복하고 서울-미국-일본 3국 간 안보 협력을 강화하기 위한 중요 조치를 취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백악관에 복귀하면 한미 동맹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일각에서 나온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과거 한국에 주둔하는 미군 비용 부담을 대폭 늘리라고 요구한 바 있다. 일부 전문가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김 위원장과 새로운 협상을 추진할 수 있다는 전망이 윤 대통령의 대북 정책에 혼란을 줄 수 있다고 지적한다.
그러나 윤 대통령은 한미 동맹이 미국 선거 결과와 관계없이 계속해서 발전할 것이라고 확신했다. 그는 "미국에서는 한미 동맹에 대한 확고한 초당적 지지가 있다"며 "미국의 주요 민주당과 공화당 인사들이 한미 동맹에 대한 강력한 지지를 공개적으로 밝히고 있으며, 양국 관계를 강화하기 위한 협의를 위해 지속적으로 한국을 방문하고 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또한 일본의 새로운 내각이 출범한 이후에도 한일 양국 간 관계가 계속해서 발전할 것이라고 확신했다. 윤 대통령실은 양국이 ASEAN 정상회의를 계기로 윤 대통령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 간의 회담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북한의 핵 위협이 한국 내부 분열을 조장하고 한반도에서 군사적 긴장을 고조해 북한 내부 통제를 강화하려는 의도라고 밝혔다. 그는 "북한 정권이 과거 주장했던 것처럼 북한의 핵 개발이 한민족을 겨냥하지 않았다는 주장은 이제 허구임이 드러났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북한이 남한을 향해 쓰레기를 담은 풍선을 계속해서 보내는 것에 대해선 "한국 국민의 안전이 위협받는다면 북한은 견딜 수 없는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윤 대통령은 라오스로 가기 전에 필리핀과 싱가포르를 방문한다. ASEAN 관련 정상회의에서 한국이 북한 핵 문제 외에도 ASEAN과의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 구축을 주요 의제로 삼을 것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한국이 정치, 군사 교류, 사이버 안보, 환경, 금융 위기 대응 등 다양한 분야에서 ASEAN과의 협력을 확대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