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때문에 미치겠어요.” 아버지가 뇌동맥류 진단을 받은 이후 건강에 과도하게 집착해 온 가족이 고통을 받고 있다는 네티즌의 사연이 3일 인터넷 커뮤니티 네이트판에 올라왔다.
사연자 A 씨의 아버지는 지난 6월 뒷목이 뻐근하다고 느낀 후 병원에서 CT와 MRI 검사를 받았다. 그 결과 뇌동맥류가 발견됐다. 뇌동맥류는 뇌혈관 벽에 미세한 균열이 생기고 비정상적으로 부풀어 오른 혈관 질환이다.
다만 의사는 추가적인 검사가 필요하지 않을 만큼 미미한 상태라고 진단했다. 문제는 A 씨 아버지가 이후 어지럼증을 호소하며 여러 병원을 돌아다녔다는 점이다.
서울의 유명 병원을 찾아가 뇌에 문제가 없다는 확답을 받았음에도 A 씨 아버지는 혈압이 계속 오르고 있다고 주장하며 하루에도 수차례 혈압을 재고 가족들을 예민하게 대하기 시작했다. 심지어 가족이 휴가를 가도 어지럽다고 하며 집으로 돌아가자고 하거나, 음식이 지나치게 짜다고 말하며 가족들에게 스트레스를 주고 있다. 가족들은 정신적인 문제로 보인다고 조언했지만, 아버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혼자 몰래 병원을 찾기도 했다.
건강 염려증, 또는 히포콘드리아는 의학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음에도 자신의 건강 상태에 대해 과도한 불안을 느끼는 정신 건강 문제다. 건강 염려증에 걸리면 몸의 작은 변화나 정상적인 신체 반응을 심각한 질병 신호로 해석해 반복적으로 병원을 찾고 과도한 검사를 받는다. 당연히 일상생활에 큰 지장을 준다.
A 씨 아버지처럼 건강 염려증을 앓는 사람들은 자신이 큰 병에 걸렸다는 확신 때문에 주변의 말이나 의사의 진단을 신뢰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이는 가족과의 관계에도 영향을 미치며, 불필요한 검사나 치료로 경제적인 부담까지 발생할 수 있다. 실제로 A 씨는 아버지의 행동으로 인해 가족들이 매우 피곤하고 지쳐 있다고 토로했다.
A 씨 사연을 접한 네티즌들은 여러 조언을 남겼다. 한 네티즌은 “정신적인 문제로 보인다”며 “신경정신과 진료를 꼭 받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다른 네티즌은 “불안장애가 원인일 수 있다”며 비타민 D와 마그네슘 보충제를 추천했다. 일부 네티즌은 “가족이 어디 아프면 관심이 없으면서 본인 몸에는 지나치게 집착하는 사람들도 많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건강 염려증을 극복하려면 무엇보다 정신적인 문제를 인정하고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다. 정신과 치료를 통해 불안의 원인을 찾아내고, 필요할 경우 항불안제나 항우울제를 처방받을 수 있다. 가족이나 친구의 지원도 필수적이다. 무조건적인 설득보다는 공감과 이해를 통해 환자의 불안을 줄이는 것이 효과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