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체육관광부가 위르겐 클린스만 전 감독의 선임부터 대표팀 감독을 뽑는 과정에서 문제가 있었다는 내용의 대한축구협회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전력강화위원회(전강위)가 사실상 유명무실한 상태에서 정몽규 축구협회장이 직접 최종 면접을 진행하며 이사회 선임 절차가 누락됐다고 문체부는 밝혔다.
문체부는 2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축구협회에 대한 감사 중간발표를 하면서 최근 두 번의 국가대표팀 감독 선임 과정에서 규정 위반과 절차적 하자가 있었다고 밝혔다.
문체부는 지난 7월 축구협회의 감독 선임과 운영 문제에 대한 논란이 계속되자 감사에 착수해 두 달간 조사를 진행했다. 그 결과 클린스만 감독과 홍명보 감독 선임 과정에서 규정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감독 선임 과정에서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된 것은 전강위의 역할 부재였다. 문체부는 전강위가 감독 후보군을 제대로 검토하지 못한 상태에서 클린스만 감독이 선임됐다고 설명했다.
최현준 문체부 감사관은 발표에서 "지난해 1월 당시 마이클 뮐러 전강위원장과 축구협회는 전강위가 정식으로 구성되지 않은 상태에서 이미 감독 후보자 명단을 작성했고, 에이전트를 통해 이들과 접촉했다"고 밝혔다. 또한 "첫 회의에서 축구협회는 전강위 위원들에게 모든 권한을 위임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덧붙였다.
이후 면접 과정에도 문제가 있었다. 최 감사관은 "뮐러 위원장이 1차 면접에서 5명의 후보를 평가했으며, 2차 면접은 정 회장이 최종 후보 2명과 진행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전강위 위원들은 클린스만 감독이 선임된 뒤에야 결과를 일방적으로 통보받았다고 밝혔다. 전강위 위원들이 감독 선임 과정에서 배제됐다는 것이다.
정 회장이 클린스만 감독 선임 과정에서 직접 면접에 참여한 부분은 이미 알려진 바 있다. 정 회장은 자신의 자서전 '축구의 시대'에서 "2023년 2월, 뮐러 위원장이 최종적으로 제안한 후보는 클린스만과 잉글랜드 명문 구단을 지도했던 유명 지도자였다. 나는 이 두 명과 화상 인터뷰를 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문체부는 정 회장의 개입이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축구협회는 회장이 최종 후보자와 화상 인터뷰를 한 것이 면접이 아닌 의견 청취를 위한 면담이었다고 해명했지만, 문제는 회장이 감독 추천 권한을 갖고 있지 않다는 점"이라고 문체부는 설명했다.
이 외에도 문체부는 "축구협회가 클린스만 감독을 선임할 때 최종 면접 자료가 남아있지 않아 평가 결과가 불투명하다. 협회 이사회의 선임 절차를 생략한 채로 선임을 강행한 부분도 문제"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