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순천시에서 30살 남성 박대성이 길을 걷던 10대 여성을 흉기로 찔러 살해한 사건에 대해 일부 전문가들이 여성 혐오 범죄라는 진단을 내놨다.
한겨레는 해당 사건에 대해 여러 전문가를 인터뷰한 내용을 30일 보도했다.
허민숙 국회입법조사처 조사관은 한겨레에 "이 사건은 명확한 타게팅이 있었고, 범행 동기는 없으며, 결과는 잔혹했다. 이는 혐오 범죄의 전형적인 특성"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분노, 격분, 정신 이상이 원인이 되어 무차별적으로 사람을 공격하는 '묻지마 범죄'와는 다른 양상을 보인다"고 주장했다.
허 조사관은 특히 가해자가 범행 전 여자친구와 다퉜다는 점에 주목했다. 그는 "여자는 다 똑같다거나 없어져야 한다는 인식이 증폭되면서 10대 여성을 타깃으로 범행을 저질렀을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송란희 한국여성의전화 대표는 "페미니즘에 대한 반발이 심화되면서 여성을 성적 대상이나 분풀이 대상으로 삼는 범죄가 날로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여성의전화는 2009년부터 매년 '분노의 게이지'라는 이름으로 남성에 의한 여성 살인 사건을 분석해 발표해 왔다.
해당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처음으로 '일면식 없는 남성에 의한 여성 살인'이라는 항목이 추가됐다. 그 결과, 2023년 한 해 동안 88명의 여성이 일면식 없는 남성에게 살해되었거나 살해될 뻔한 것으로 집계됐다.
최란 한국성폭력상담소 부소장은 "가해자가 여성으로 식별되는 사람을 찾아 공격했다는 점에서 분명히 여성을 타깃으로 한 범죄"라고 지적했다.
이어 "여성 혐오 범죄는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고 그 원인을 여성에게 돌리며, 여성이라면 누구든 범죄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인식을 퍼뜨리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박대성은 지난 26일 새벽 0시 44분쯤 순천시 조례동 거리에서 18세 여성 A 양을 흉기로 찔러 살해한 혐의로 경찰에 구속됐다.
박대성은 A 양과 일면식도 없는 상태에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범행 후 도주했지만 만취 상태로 거리를 배회하던 중 행인과 시비가 붙어 경찰에 체포됐다. 사건 발생 약 2시간 20분 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