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주택에 불을 질러 1명을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된 60대 남성 A씨의 재판에서 판사가 피고인에게 "실실 웃으며 답변하지 말라"고 강하게 꾸짖었다고 연합뉴스가 30일 보도했다.
이날 수원지방법원 형사14부(재판장 고권홍)에서 A씨의 현주건조물방화치사 및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보복살인) 사건 공판이 열렸다. 검찰의 증거 조사와 피고인신문이 약 2시간 동안 진행됐다.
변호인의 주신문 후 검찰은 A씨가 지난 5월 피해자 B씨를 상대로 저지른 방화 범죄와 그 이전의 상해 사건에 대해 차례로 질문을 이어갔다. 이때 A씨의 표정과 태도를 유심히 지켜보던 재판장이 A씨에게 "피고인 행동으로 인해 피해자가 사망한 게 맞다. 그런데 실실 웃으면서 답변해야 하느냐"며 물었다. 그러자 A씨는 당황한 듯 "죄송하다"라며 "웃는 게 아니다. 저 진짜 진지하다"고 말했다.
매체에 따르면 A씨는 재판장과 정면으로 마주 보고 있었기에 방청석에 앉은 취재진이 A씨 표정을 확인할 수 없었다. 그러나 재판장은 "지금도 웃고 있다. 피고인 평소 표정이 그렇다면 모르겠으나, 평소에도 이렇게 웃으면서 말하느냐"고 다시 지적했다.
이어진 피고인신문에서 A씨는 방화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피해자를 죽일 의도는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A씨는 피해자가 집에서 나가라고 하자 "갈 곳이 없어 마지막으로 대화를 해보려고 했으나 잘되지 않으면 불을 지르고 나는 죽어버리겠다고 생각했다"고 진술했다. 그는 방화의 목적이 피해자에게 불타는 집을 보여주기 위함이지 다치게 할 의도는 없었다고 주장했다.
A씨는 사건 당시 흉기를 소지한 데 대해 극단 선택을 위한 것이었고 말했다. 재판장이 "불을 지르고 피해자가 방에서 나오면 흉기로 찔러 죽이려는 생각이 아니었느냐"고 묻자 A씨는 "절대 아니다“라고 답했다.
A씨는 불길이 치솟자 피해자 B씨를 향해 소리쳤지만 B씨는 나오지 않았다. 결국 A씨는 주택 울타리를 넘어 도망친 것으로 파악됐다. 이후 주택에서 약 15m 떨어진 나무 뒤에 숨었다가 출동한 경찰에게 체포됐다. 체포 과정에서 A씨는 소지한 흉기로 극단 선택을 시도했으나 경찰에 의해 제압됐다.
A씨는 지난 5월 9일 경기 화성시 소재 단독주택에 불을 질러 당시 건물 안에 있던 피해자 B씨를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사망하게 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A씨가 법원의 접근금지 명령에 불만을 품고 B씨에게 보복하기 위해 범행을 저질렀다고 판단해 보복살인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A씨의 다음 재판은 다음 달 22일 오전 11시 20분 진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