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마세라티 음주 뺑소니 사망사고’ 운전자가 아이폰 비밀번호를 진술하지 않는 이유에 관심이 쏠린다. 운전자와 그를 도운 지인들이 보이스피싱 조직원일 가능성이 제기됐다.
광주 서부경찰서는 30일 마세라티 차량을 몰다 사망사고를 낸 김 모(33) 씨와 그의 도피를 도운 지인들에 대해 수사 브리핑을 진행하며 이처럼 밝혔다.
경찰은 김 씨와 도피를 도운 오 모(34) 씨를 구속하고 도피 편의를 제공한 조력자 2명을 불구속 입건한 상태다. 이들은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도주치사 및 범인 도피 혐의를 받는다.
김 씨는 지난 24일 오전 3시 11분쯤 광주 서구 화정동의 한 도로에서 마세라티 차량을 몰다가 오토바이를 들이받았다. 이 사고로 오토바이 운전자(23)는 중상을 입고, 동승했던 그의 여자친구(28)가 사망했다. 김 씨는 사고 직후 음주 상태인 데다 큰 사고라는 걸 인지해 경찰 사이렌 소리를 듣고 도주했다고 진술했다.
사고 직후 김 씨는 도피를 시도했다. 그는 지인 A 씨와 B 씨를 만나 이들과 함께 상무지구의 호텔에서 짐을 챙기고 대전으로 도주했다. 이후 김 씨는 공항버스를 타고 인천국제공항으로 이동한 뒤 서울로 가 도피 조력자 오 씨를 만나 대포폰을 받았다. 도주 중 태국으로의 출국을 시도했으나, 출국 금지 상태를 예상하고 비행기표를 포기한 것으로 드러났다.
김 씨는 도주 행각 끝에 지난 26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서 경찰에 긴급 체포됐다. 김 씨는 경찰 조사에서 혐의를 인정하며 피해자와 유가족에게 사과하는 반성문을 제출했다.
경찰 조사에서 김 씨가 9개월간 태국에 체류한 사실도 드러났다. 그는 지난해 12월 태국으로 출국해 9개월간 머물다 치과 치료 등의 이유로 입국했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그의 출입국 기록을 통해 태국과 캄보디아 등 동남아시아를 수시로 오간 정황을 확인했다.
김 씨와 그의 지인들은 모두 무직이라고 진술했지만, 출입국 기록과 과거 사기 혐의로 형사 처벌을 받은 이력 등이 드러났다.
이에 따라 경찰은 김 씨 등이 보이스피싱 등 범죄조직과 연루됐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실제로 김 씨 일행 중 일부는 과거 보이스피싱 사기 혐의로 처벌을 받은 전력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김 씨가 사용하던 아이폰에 비밀번호를 진술하지 않는 점도 관련 의혹을 부채질한다.
사고 당시 김 씨가 운전하던 마세라티 차량은 서울 영등포구에 위치한 모 법인 명의였다. 이 법인과 김 씨의 직접적인 관계는 확인되지 않았으나, 경찰은 해당 법인에 대한 수사도 진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