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전기요금 누진제 최고 요금을 적용받는 가구가 1000만 가구를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7년째 그대로인 전기요금 누진 구간을 현실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장철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국전력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분석해 30일 이처럼 밝혔다.
지난달 폭염으로 전기 사용량이 급증하면서 일반 가정에서도 전기요금 누진제 최고 요금을 적용받는 가구가 1000만 가구를 넘긴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평균적인 가정조차 전기 과소비 가구로 분류돼 경제 부담을 지게 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에 따라 7년째 유지 중인 누진 구간을 이제는 현실에 맞게 조정해야 한다는 요구가 커지고 있다.
장 의원이 한국전력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2512만 가구 중 3단계 누진 구간에 해당하는 가구는 약 40.5%인 1022만 가구였다. 이는 1단계(895만 가구), 2단계(604만 가구)를 훨씬 웃도는 수치다. 특히 3단계 구간의 가구 수는 전년도 844만 가구에서 21% 이상 증가했다.
현재 전기요금 누진제는 주택용에만 적용되며, 여름철(7∼8월)에는 3단계로 나뉘어 요금이 책정된다. 300kWh 이하를 사용하는 가구는 1kWh당 120원을 내지만, 300kWh를 초과하면 214.6원, 450kWh를 넘으면 307.3원으로 요금이 급격히 오른다. 이와 함께 기본요금도 300kWh 이하일 때는 910원이지만, 이를 초과하면 1600원, 450kWh를 넘기면 7300원이 부과된다.
이 같은 요금 체계는 전기를 많이 사용하는 가정에 경제적 불이익을 줘 에너지를 절약하려는 데 그 목적이 있다. 문제는 냉방 수요 증가와 전자제품 사용 확대 등으로 인해 평균적인 가정에서도 300kWh, 450kWh를 쉽게 넘기는 경우가 많아졌다는 데 있다. 한국전력이 사실상 많은 가정을 전기 과소비자로 간주해 높은 요금을 물리고 있는 셈이다.
전기요금 누진제가 가구원이 많은 가정에 불리하게 작용한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예를 들어, 1인 가구가 300kWh를 사용하는 것과 4인 가구가 600kWh를 사용하는 경우를 비교하면, 1인당 사용량은 4인 가구가 절반에 불과하지만 더 높은 요금을 내야 하는 불합리한 상황이 발생한다. 가스, 난방과 같은 다른 에너지엔 누진제가 적용되지 않은 것도 이 같은 비판을 부채질한다.
한국의 전기요금은 선진국 중에서도 비교적 낮은 편에 속한 데다 한국전력은 200조 원이 넘는 부채로 재정 위기에 처해 있어 전기요금 인상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있다. 다만 전기 과소비로 간주되는 가정이 대다수를 차지하게 된 현행 누진제는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장철민 의원은 최고 구간이 가장 보편적인 점은 누진제의 원래 취지에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한전 측은 전기요금 정상화와 동시에 취약계층의 부담을 완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