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전기차, 스마트폰 관련 기사에 달린 악플 중 상당수가 중국이 조직적으로 작성한 것으로 보인다.
가톨릭관동대 경찰행정학과 김은영 교수·국립창원대 국제관계학과 홍석훈 교수 연구팀이 최근 발표한 '한중 경쟁산업 분야에 대한 인지전 실태 파악' 보고서에 이 같은 내용이 들어 있다고 연합뉴스가 29일 보도했다.
매체에 따르면 전기차와 배터리, e-커머스 등 한국과 중국이 경쟁하는 산업 분야에서 중국이 조직적으로 여론을 조작하고 있다고 연구팀은 밝혔다. 연구팀은 한국산을 폄하하고 중국산을 칭찬하는 댓글들이 주로 달리고 특히 최근 들어 이런 조직적인 댓글의 빈도가 증가하고 있다면서 정부 차원의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했다. 해당 연구는 한국 경제 분야에서 중국의 조직적인 댓글 활동을 확인한 첫 사례란 점에서 주목된다.
연구팀은 2023년 7월부터 지난 8월까지 네이버, 유튜브, 네이트 등 주요 온라인 플랫폼에서 한국과 중국 간 경쟁 산업 분야에 대한 기사에 달린 댓글을 분석했다. 중국식 번역체, 중국 고유 ID·프로필 특성, 동일 ID 반복 댓글 등 중국인 계정을 식별하는 기준을 적용해 중국 의심 계정을 찾아냈다고 설명했다.
네이버에서 확보한 77개의 중국인 의심 계정을 분석한 결과, 이들 계정은 점조직 형태로 두 그룹으로 나뉘어 활동하고 있었다. 각 그룹은 핵심 플레이어를 중심으로 움직이며 조직적으로 국내 산업 관련 기사에 댓글을 달고 여론을 조작하는 움직임을 보였다. 특히 닉네임 'Chen Yang'과 'xuf' 등은 두 그룹을 연결하는 허브 역할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연구팀은 네이버에서 전기차, 배터리, 스마트폰 등 주요 키워드를 사용해 기사 70개를 무작위로 수집해 댓글을 분석했다. 그 결과 중국인 의심자들이 댓글을 다는 기사들은 전체 댓글 수가 많다는 공통점을 발견했다. 김은영 교수는 "샘플 수가 70개로 지나치게 작은 데 반해 정규 분포를 보이고 있다는 것은 개인이 무작위로 댓글을 단다면 나타날 수 없는 일반적이지 않은 현상"이라며 "중국인 의심자들이 조직적으로 할당된 과업을 수행하고 복수의 기사를 선택해 댓글을 달고 있다는 정황"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전기차, 스마트폰 같은 한국과 중국의 경쟁 산업 분야에서 수년 전부터 반복적으로 여론을 선동하는 동향이 확인됐으며, 최근에는 이러한 폄훼 댓글의 빈도가 더욱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이 같은 댓글들은 '겁주기(dismay)', '갈라치기(divide)', '버리기(dismiss)' 등 전략을 사용해 여론을 조작하고 있다. '겁주기'는 국민의 불안감을 조성하고, '갈라치기'는 정치·남녀·지역 갈등을 부추기며, '버리기'는 중국을 비판하는 국내 매체의 영향력을 줄이는 데 목적이 있다.
연구팀은 이번에 파악된 77개 계정이 네이버에 댓글을 다는 모든 중국인 계정의 전체 규모를 대표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오히려 이는 전체 중국인 의심 계정 중 극히 일부일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유튜브에서는 중국인 의심 계정이 239개로 확인됐으며, 기사별 최대 댓글 수는 2698개로 네이버(454개)보다 훨씬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유튜브가 더욱 활발한 조직적 여론 선동 작업의 무대가 된 셈이다.
연구팀은 중국의 새로운 형태의 인지전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문제가 되는 댓글을 데이터베이스(DB)화하고, 중국 행위자를 식별할 수 있는 프로파일링 지표와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이러한 비물리적 전쟁 형태에 대한 대응 방안을 적극적으로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