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바논 무장단체 헤즈볼라의 수장 하산 나스랄라(64)가 이스라엘군 공습으로 사망한 것으로 보인다. 이스라엘군이 나스랄라를 제거했다고 밝혔다.
28일(현지시각) 이스라엘군은 전날 레바논 베이루트 남부 다히예 지역에서 헤즈볼라 지휘부 회의가 열리고 있다는 첩보를 입수해 정밀 공습을 단행했다고 발표했다.
AP통신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스라엘군은 이번 공습으로 나스랄라를 제거했으며, 그가 오랜 기간 수많은 이스라엘 민간인과 군인의 목숨을 앗아간 테러를 주도해 왔다고 설명했다.
이스라엘군의 헤르지 할레비 참모총장은 "이번 작전은 매우 오랫동안 준비돼 왔으며, 정확한 타이밍에 실행됐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이스라엘 시민을 위협하는 자는 어디에 있든 반드시 찾아내겠다"고 말했다. 이스라엘군은 또한 X에서 "나스랄라는 더 이상 세계를 위협할 수 없다"고 전했다.
헤즈볼라는 나스랄라의 생사 여부에 대해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그러나 AFP통신에 따르면 익명의 헤즈볼라 소식통은 전날 저녁부터 나스랄라와의 연락이 두절된 상태라고 전했다.
레바논 보건부는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인해 총 6명이 사망하고 91명이 부상을 입었다고 발표했다. 이 가운데 헤즈볼라 고위 간부들의 피해가 포함됐을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이스라엘군은 나스랄라 외에도 헤즈볼라 남부전선 사령관인 알리 카르키 등 주요 지휘관들이 이번 공습으로 사망했다고 밝혔다.
나스랄라는 1992년부터 32년간 헤즈볼라를 이끌어 온 인물이다. 이란의 지원을 받아 레바논 내 시아파 무장세력을 강화하며 중동 정세에 큰 영향을 미쳐왔다. 헤즈볼라는 이란의 직접적인 지원을 바탕으로 수십 년간 이스라엘을 겨냥한 테러 활동을 벌여왔다. 최근에는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를 공개적으로 지지하며 이스라엘과의 전쟁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지난해 10월 7일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공격한 이후 헤즈볼라는 하마스에 대한 지원을 강화했다. 이로 인해 레바논 남부에서는 이스라엘과 헤즈볼라의 충돌이 지속되고 있다.
이스라엘은 지난 17일 헤즈볼라와의 교전으로 피란한 북부 접경지대 주민들의 안전한 귀환을 전쟁 목표로 추가했으며, 이후 레바논에 대한 공습을 대폭 강화해 나스랄라 제거를 위한 작전을 펼쳐왔다.
이스라엘군의 공격은 레바논뿐만 아니라 시리아에서도 이뤄졌다. 레바논을 공습한 날 이스라엘군은 시리아에서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지휘관 아흐메드 무함마드 파흐드를 공습으로 제거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군은 파흐드가 이스라엘 점령지인 골란고원을 향한 로켓 공격을 주도했으며, 또 다른 테러 공격을 계획하고 있었다고 전했다. 이로써 이스라엘은 레바논과 시리아에서 동시에 공습 작전을 펼치며 중동 전역에서의 군사적 압박을 강화하고 있다.
이번 나스랄라 제거 소식은 이스라엘과 레바논 간의 갈등이 다시 한번 격화할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 나스랄라는 레바논 내에서뿐만 아니라 중동 전역에서 헤즈볼라의 상징적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 그의 사망이 확정될 경우 헤즈볼라와 이란이 어떤 대응에 나설지 국제 사회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이스라엘군은 이번 공습을 통해 헤즈볼라의 리더십에 큰 타격을 입혔다고 보고 있지만, 나스랄라의 사망이 공식적으로 확인되지 않은 만큼 상황은 여전히 유동적이다. 이에 따라 이스라엘과 헤즈볼라 간의 추가적인 군사 충돌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