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여성이 예비신랑과 다투던 중 20층에서 추락해 사망했다. 예비신랑은 여성이 자신과의 말다툼 후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고 주장한다. 유족은 딸이 그런 선택을 했을 리 없다며 맞선다.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일까.
지난달 31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의 한 아파트에서 20대 여성 A 씨가 추락해 사망했다. 경찰에 따르면 A 씨는 남자 친구 B 씨와 말다툼을 벌이던 중 추락했다. 119 구급대에 의해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끝내 숨졌다. 당시 아파트 이웃들은 두 사람의 다툼 소리를 들었고, 그 후 A 씨가 떨어지는 장면을 목격했다.
B 씨는 지난 20일 방송된 SBS '궁금한 이야기 Y'에서 "사소한 말다툼을 하던 중 A 씨가 갑자기 창밖으로 몸을 던졌다"고 진술했다. 그는 A 씨가 다툼 도중 "네가 원하는 게 이거지?"라는 말을 남긴 후 추락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유족은 A 씨가 결혼을 앞둔 상황에서 극단 선택을 했다는 것을 믿을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A 씨 모친은 사건 당일 저녁 A 씨와 통화했다고 말했다. 딸이 "엄마, 아이스크림 사다 줄까?"라고 묻자 "주말이니까 쉬어"라고 답했다고 했다. 이 때문에 유족은 딸이 전혀 극단 선택을 암시한 적이 없다고 주장하며 B 씨 진술에 의구심을 품고 있다.
A 씨는 내년 3월 결혼식을 올리려고 했던 예비신부였다. A 씨 가족은 딸이 유서조차 남기지 않은 채 극단 선택을 했을 리 없다면서 사건의 진실을 규명해 달라고 촉구하고 있다.
이웃들의 증언에 따르면, 일이 발생하기 약 15분 전부터 두 사람은 격한 언쟁을 벌였다. B 씨는 당시의 정확한 말다툼 이유를 기억하지 못한다고 했지만, A 씨 동생은 B 씨 태도에 분노하고 있다. 특히 B 씨가 A 씨의 화장이 끝나기도 전에 카페에서 찍은 사진을 SNS에 올린 것을 두고 유족은 큰 충격을 받았다.
A 씨 동생은 화장하던 날 B 씨가 카페에서 찍은 사진과 리뷰를 SNS에 남겼다면서 “누가 그런 상황에서 그럴 수 있느냐"고 말했다. 또한 A 씨 친구는 A 씨가 예전에 "누군가에게 맞았다"는 말을 하며 멍든 모습을 찍은 사진을 보낸 적이 있다고 밝혔다. 친구는 "남자 친구에게 맞은 거냐"라고 묻자 A 씨가 웃으며 넘겼다고 회상했다.
사망 직전 A 씨와 B 씨의 통화기록도 당일 벌어진 일에 미스터리를 더하고 있다. A 씨는 그날 B 씨에게 이별을 통보하며 "헤어지고 싶다"고 하자 B 씨는 이 말을 무시하고 A 씨 집으로 찾아간 것으로 확인됐다. A 씨는 결국 그날 밤 추락해 사망했다.
결정적인 단서는 아파트 주차장에 주차된 차량의 블랙박스에서 나왔다. 추락 당시 A 씨가 추락하는 소리가 녹음된 블랙박스에 B 씨 목소리가 함께 담겨 있었다. 추락하는 순간 B 씨는 A 씨에게 욕설을 퍼부었다. 두 번의 고함 혹은 비명도 기록됐다.
디지털과학수사연구소의 분석에 따르면 A 씨가 추락할 당시 B 씨는 아파트 발코니에서 A 씨를 향해 고함을 지른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사건 당일 아파트 안에서 벌어진 일들에 대해 B 씨는 명확하게 진술하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B 씨가 사건 당시 정확한 상황을 설명하지 못하는 부분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황정용 동서대학교 교수는 "남성이 집에 진입한 시점부터 여성이 추락하기까지 20분이 조금 안 되는데 그 시간에 있었던 일을 남성이 명확히 설명을 못하고 있다”라며 “명쾌하게 상황을 구성할 수 있는 진술을 조사 단계에서 끌어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