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인도가 그 인도가 아닌데… 170만 인도 여행 유튜버 “한국서 인종차별”

2024-09-24 11:24

내국인들 “단순 해프닝인데 불필요한 혐한 여론 양산”

구독자 170만명의 인도 유명 여행 유튜버가 부산에서 연거푸 인종차별을 당했다는 주장을 제기해 논란이다. 국내 누리꾼들은 단순 해프닝인데 유튜버가 불필요한 혐한 여론을 양산하고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

23일 구독자 170만명의 인도 유튜브 채널 '노마딕 인디언(Nomadic Indian)'에 '한국 부산에서의 나쁜 경험'이라는 영상이 올라왔다.

한국 방문 일주일 남짓 된 유튜버는 부산의 한 식당에 들어가 백반을 주문했다.

백반을 쟁반 그대로 내온 식당 직원. / 유튜브 채널 '노마딕 인디언'
백반을 쟁반 그대로 내온 식당 직원. / 유튜브 채널 '노마딕 인디언'
쟁반에 담긴 음식을 하나하나 테이블에 옮기는 유튜버. / 유튜브 채널 '노마딕 인디언'
쟁반에 담긴 음식을 하나하나 테이블에 옮기는 유튜버. / 유튜브 채널 '노마딕 인디언'

식당 직원이 쟁반에 담긴 백반 한 상을 대령하자 유튜버는 급당황했다. 그는 "쟁반에 모든 음식을 담아뒀는데 무슨 의미인지 모르겠다"며 "화가 난다"고 불평했다. 제대로 서빙하지 않고 자신을 무시했다는 뉘앙스였다.

한국 동네 식당에서 1인분을 시키면 쟁반 그대로 음식을 가져다주는 게 국룰이라는 사실을 유튜버는 몰랐던 것이다.

식사를 마친 유튜버는 버스를 타고 인기 관광지로 '부산의 마추픽추'라 불리는 감천문화마을로 올라갔다.

감천문화마을. / 유튜브 채널 '노마딕 인디언'
감천문화마을. / 유튜브 채널 '노마딕 인디언'
감천문화마을 펜스에 걸린 안내문. / 유튜브 채널 '노마딕 인디언'
감천문화마을 펜스에 걸린 안내문. / 유튜브 채널 '노마딕 인디언'

부산항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마을을 둘러보던 유튜버의 눈을 확 잡아끈 건 펜스에 걸린 안내문.

거기에는 '위험하니 사진 촬영 시 펜스를 넘지 마시고 안전하게 인도 쪽에서 촬영하시기 바랍니다'라는 한국어 문구 밑으로 이를 번역한 영문이 곁들여 있었다.

그런데 영문 구절은 'It's dangerous. so don't cross the fence and take a picture safely from India'로 기재돼 있었다.

여기서 India는 난센스다. 안내문을 작성한 누군가가 한국어 '인도(人道)'를 'Sidewalk'가 아닌 국명 'India'(인도·印度)로 오기한 것이다. 번역기에 의존한 실수로 보인다.

눈이 휘둥그레진 유튜버는 "사진 찍으려면 인도까지 가야 하느냐"고 불쾌해했다.

공무원 등 내국인의 단순 번역 오류이지만, 유튜버는 인도인들이 사진을 위험하게 촬영한다는 한국인들의 시각으로 받아들였다.

유튜버는 영상 설명란에서 "한국은 저에게 아름다운 추억을 주었지만 두드러진 두 가지 인종차별 사례도 겪었다"며 "여행의 복잡성에 대해 댓글로 토론해 보자"고 이슈화했다.

댓글 창은 후끈 달아올랐다.

인도인을 비롯한 일부 외국인들은 한국에서 다른 인종 차별을 겪었다고 볼멘소리를 냈다.

한 인도인은 "한국에서 박사 과정을 밟으며 2년을 지냈는데 인종차별 때문에 한국을 떠났다"며 "대학에서 한국 학생들은 행동을 통해 우리를 싫어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엘리베이터를 타면 한국인들은 이상한 표정을 짓곤 했다. 연구실 동료는 내게 한 번도 말을 걸지 않았고 자기 앞에서 식사하지 말라고 했다"고 구체적인 사례를 제시했다.

다른 외국인은 "중국인은 인도인에게 친절하고 후대하지만, 불행히도 한국에서는 인도인들에 대한 친절과 존중을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에 국내 누리꾼들은 "쟁반에 한 번에 나오는 건 차별이 아니라 그 음식점의 스타일이다. 다른 사람들도 같은 방식으로 받았을 거다", "거기서 인도(Indo)는 India의 의미가 아니라 사람이 걸어가는 길을 얘기한다"고 설명하며 오해라고 강조했다.

나아가 "영상에서 말하는 차별은 열등감일 뿐이다. 인도에 가서 '그들은 나에게 숟가락을 주지 않았어. 이건 인종차별이야' 말하는 것과 같다", "가짜 인종차별 내용으로 영상 조회수 높이려는 의도 아니냐" 등 유튜버를 비난하는 반응도 이어졌다.

home 안준영 기자 andrew@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