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의사 “20대 자녀와 50대 부모가 먹는 건기식이 같아선 안 된다”

2024-09-22 17:25

정밀영양의 중요성과 최신 연구결과 공유

정밀영양이 새로운 건강 패러다임으로 떠오르고 있다.

22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제1회 정밀영양 콘퍼런스 및 박람회’는 이를 잘 보여준다. 이번 행사는 정밀영양협회 주최로 진행됐으며, 약 50여 개의 국내외 기업과 투자자, 소비자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이 자리에서 정밀영양의 중요성과 최신 연구결과가 공유됐다.

정밀영양이란 개인의 유전체, 나이, 건강상태, 생활습관 등을 고려해 맞춤형 식품과 영양제를 섭취하는 것을 말한다. 이는 첨단기술의 발전과 함께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 / Dorde Krstic-Shutterstock.com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 / Dorde Krstic-Shutterstock.com

특히, 국내의 우수한 유전체 분석기술과 인공지능(AI) 기술이 개인 맞춤형 건강관리 방향을 제시하는 데 큰 도움을 줄 수 있다.

이번 행사에서 가장 주목받은 세션은 의료계와 산업계가 한 무대에 오른 정밀영양 토크쇼였다.

동국대일산병원 가정의학과 오상우 교수와 인제대 일산백병원 가정의학과 윤영숙 교수, 헤일리온 코리아 센트룸 이혜인 의학·학술팀장이 참여해 최근 국제학술지 Cureus에 실린 ‘생애주기별 접근법을 통한 정밀영양’ 논문을 소개했다.

이 논문은 2019~2021 한국 국민건강영양조사 데이터를 이용해 성인 남녀 1만5556명을 연구대상으로 삼았다. 연구팀은 이를 청년기(20~30대), 중년기(40대), 신중년(50대 이상)으로 구분해 건강상태와 영양섭취 추이를 분석했다. 연구 결과, 나이에 따라 각종 질환 유병률이 증가하는 패턴이 확인됐다.

예를 들어, 안구건조증은 30세 이후 여성에서 현저히 증가했고, 간경화는 30대 이후 남성에서 증가했다. 근골격계질환은 50대 전후 여성에서 본격적으로 나타났으며, 고혈압 및 이상지질혈증은 50세 전후 남성과 여성에서 더 흔하게 나타났다. 뇌졸중과 심근경색은 65세 이상에서 많이 발생했다.

영양섭취 차이도 뚜렷했다. 건강기능식품(건기식) 과잉섭취 시대라지만, 건강에 필요한 미량영양소는 전 연령에 걸쳐 여전히 권장량에 미치지 못했다. 특히 50세 이후 여성은 골밀도가 급감해 칼슘과 비타민D 필요량이 높았으나, 해당 영양소의 결핍이 특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 / Light Stock-Shutterstoc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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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상우 교수는 “20대 자녀와 50대 부모가 먹는 건기식이 같아선 안 된다”며 “이제 영양제도 연령·성별에 맞게 섭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혜인 팀장은 “정밀영양이 현실로 성큼 다가온 만큼 건기식 시장도 변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밀영양이 부각되면서 건기식 업계의 고민도 커졌다. 헤일리온 코리아는 일찍이 맞춤형 건기식에 초점을 두고 멀티비타민 브랜드 센트룸을 중심으로 연령·성별에 맞는 다양한 제품을 출시해왔다. 이혜인 팀장은 “정밀영양이 활성화되려면 의료계와도 지속적으로 소통해야 한다”고 말했다.

건기식의 과장광고 문제도 끊임없이 지적되고 있다. 이혜인 팀장은 “건기식은 건강과 직결되는 만큼 기본적으로 전문가들의 의견을 듣고 과학적 근거를 토대로 메시지를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헤일리온은 과학적 근거 기반의 제품 개발을 중요하게 생각하며, 마케팅 측면에서도 규제에 충실해 근거 있는 메시지를 내고 있다.

정밀영양의 개념이 완전히 자리잡지 못한 상황에서, 산업계는 성별·연령별로 다른 영양소와 건강문제를 고려해 제품을 개발해야 한다. 소비자들도 제품 선택에 신중해야 하며, 자신이 보충해야 하는 영양소를 파악하고 제품을 선택해야 한다. 한가족이라도 성별, 연령, 건강상태에 따라 먹는 건기식은 달라야 하며, 이는 가족의 건강한 생활습관을 형성하는 데 중요한 원동력이 될 수 있다.

home 김민정 기자 wikikmj@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