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의 ‘남북 두 국가 수용’ 주장을 두고 20일 여권을 중심으로 거센 비판이 터져나왔다.
임 전 실장은 전날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9·19 평화공동선언' 6주년 기념식 연설에서 "통일하지 말자. 객관적 현실을 받아들이고 두 개의 국가를 수용하자. 헌법 3조의 한반도 영토 조항을 삭제 또는 개정하자"고 말했다. 그는 "현 시점에서 통일 논의는 비현실적이며 통일이 무조건 좋다는 보장도 없다"고도 말했다.
이와 관련해 국민의힘은 임 전 실장의 두 국가 수용 주장은 반헌법적이며 사실상의 '통일 포기'라고 비판했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원내대책회의에서 "임 전 의원은 더불어민주당에서도 손절한 분"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추 원내대표는 "임 전 의원의 발언, 행동의 맥락을 보면 북한의 주장과 닮아도 너무 닮았다"며 "(북한이) 통일이 필요하다고 할 때는 통일론을 주장하고 통일이 필요 없다고 북한에서 이야기하면 또 거기에 보조를 맞추는 정말 기이한 현상"이라고 지적했다.
김기현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세상 사람 웃길 짓만 골라 하는 특등머저리"란 글을 올려 임 전 실장과 민주당을 싸잡아 비판했다.
그는 "그동안 민주당 정권이 얼마나 철저하게 대한민국 국민을 속이면서 '가짜통일·가짜평화 쇼'에 몰두해 왔는지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자기고백이 아닐 수 없다"며 "북한이 핵무기를 고도화해도 대북 퍼주기에만 몰두하고, 심지어 김정은이 서해에서 우리 공무원을 납치·소훼해도 항의는커녕 김정은이 계몽군주라고 떠받들던 민주당 세력의 토착종북 DNA가 다시 한번 확인된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런 사람들이 주축을 이룬 민주당 정권이 다시 들어서면 이 나라를 북한에 통째로 갖다 바치지 않는다고 누가 장담할 수 있겠나"라며 "'통일포기 2국가론'은 김정은의 '반통일 2국가론'에 화답하는 것인데, 무슨 지령이라도 받았나. 아니면 내재적·태생적 일체인가"라고 지적했다.
김용태 의원은 역시 페이스북에서 "'통일, 하지 마십시다'라는 임 전 실장의 주장은 반헌법적이고 위선적"이라며 "북한 정권에 이용만 당하는 임 전 실장과 민주당이 참 안쓰럽다"고 공개 비판했다.
그는 "임 전 실장에게 과연 북한 정권의 어떤 면을 존중하자는 것인지 되묻고 싶다"며 "북한 주민을 향한 끔찍한 인권유린? 3대 세습? 오물풍선? 계속되는 무력도발과 대남 적대정책? 수령독재체제 고수? 반대파 숙청? 대한민국 나아가 국제사회의 보편적 상식과 규범에서 볼 때 과연 북한의 이런 행태를 우리가 존중해주긴 힘들다"고 했다.
김연주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임 전 실장은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한다'는 헌법 3조를 개정하자며, 국가보안법 폐지 및 통일부 정리까지 언급하는 등 반헌법적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며 "이는 사실상의 통일 포기 주장이자, 한반도 분단을 고착화하겠다는 충격적 발상"이라고 했다.
김 대변인은 "같은 행사에 참석했던 문재인 전 대통령 역시, ‘김정은 수석대변인’다운 취지로 발언을 이어나갔다. 현 정부의 대북정책을 비난하며 '평화·통일 담론에 대한 전면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라며 "문재인 정권의 비호와 묵인이 오늘의 북한을 만들었다는 사실을 애써 외면하려는 것이냐"라고 물었다.
대통령 직속 자문기구인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김관용 수석부의장도 비판에 가세했다. 그는 성명을 발표해 "같은 민족인 북한 동포를 포기하자는 것"이라며 "심각한 유감을 표한다"라고 밝혔다.
김 수석부의장은 임 전 실장의 주장은 대한민국 헌법에 담긴 가치와 정신을 훼손한다면서 이처럼 지적했다.
그는 "우리 헌법 조문에서 '통일'을 모두 지워야 하고, 이는 '통일'을 지우고 있는 북한 정권에 동조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라고 주장했다.
임 전 실장은 학생운동가 출신 정치인이다. 임 전 실장은 전대협(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 의장 당시 '임수경 밀입북사건'을 주도한 바 있다. 2015년 총선 서울 은평을 출마 선언 때 “은평을을 통일의 전진기지로 발전시키겠다”고까지 말한 임 전 실장이 통일 지상주의자로서의 정체성을 버린 이유에 관심이 쏠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