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마크의 버터 재벌 라르스 에밀 브룬(1852~1923)은 생전에 약 2만 개의 동전을 수집했다. 그는 죽으면서 자신의 동전 컬렉션을 100년 동안 팔지 말라는 유언을 남겼다.
브룬이 모은 동전 중 일부가 100년 만에 경매에 부쳐졌다고 CNN, 로이터 등이 최근 일제히 보도했다.
브룬이 남긴 동전의 가치는 무려 7400만 달러(약 990억원)에 이른다. 컬렉션에는 덴마크, 노르웨이, 스웨덴, 잉글랜드에서 발행된 희귀 동전과 메달이 포함돼 있으며, 그중 일부는 바이킹 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브룬은 1852년에 가난한 가정에서 태어나 버터 수출 사업으로 큰 부를 이뤘다. 어린 시절부터 동전을 열정적으로 수집했던 그는 결국 세계에서 가장 비싼 비미국계 동전 컬렉션 중 하나를 만들었다.
브룬의 컬렉션은 100년 동안 아무도 접근할 수 없도록 안전하게 보관돼 있었던 까닭에 이번 경매는 부유한 이들의 관심을 끌었다.
경매는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시작됐다. 첫 번째로 경매에 부쳐진 동전은 1496년 덴마크 국왕 한스가 발행한 동전이었다. 이 동전은 약 60만유로(약 8억 6000만 원)의 가치가 있는 것으로 평가됐다.
경매는 8시간 동안 진행됐다. 첫 286개의 동전이 1482만 유로(약 164억 원)에 낙찰됐다. 이는 예상가보다 약 25% 높은 금액이었다.
경매에서 가장 주목받은 동전 중 하나는 1496년 덴마크 국왕 한스가 발행한 금화로, 이 동전은 120만 유로(약 16억 7000만 원)에 팔렸다. 경매사인 스택스 바우어스 갤러리에서 경매된 스칸디나비아 동전 중 가장 비싸게 팔렸다. 또한 17세기 노르웨이의 국왕 프레데릭을 기념하는 동전도 43만2000 유로(약 6억 원)에 낙찰됐다.
브룬이 100년간 동전을 팔지 말라는 유언을 남긴 이유는 제1차 세계대전의 참혹함을 목격했기 때문이다. 그는 코펜하겐이 폭격을 당하거나 전쟁으로 인한 손실을 겪을 것을 두려워해 자신의 컬렉션을 덴마크 왕실 동전 및 메달 컬렉션의 예비 비축품으로 남겼다. 이후 100년 동안 이 컬렉션이 덴마크 국립박물관이 보관됐기에 브룬 후손들은 100년이 지난 뒤에야 경매를 통해 이익을 얻게 됐다.
덴마크 국립박물관은 올해 초 브룬의 컬렉션 중 7개의 동전을 100만 유로(약 14억 8000만원)에 매입했다. 이들 동전은 덴마크, 노르웨이, 스웨덴에서 발행된 금화와 은화로, 브룬이 60년이 넘는 세월 동안 모은 것이다. 브룬은 1859년 삼촌의 유산으로 동전을 물려받으며 처음 동전 수집을 시작했으며, 이후 덴마크 화폐학회 창립에도 기여했다. 그는 평소에 동전 수집이 삶의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방법 중 하나라고 언급했는데, 이는 그가 사업 외에도 자신의 취미를 깊이 탐구했던 이유 중 하나다.
이번 경매는 브룬의 유산 중 첫 번째로 진행된 것이며, 남은 동전들도 추가 경매를 통해 판매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