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정몽규 대한축구협회 회장을 향해 자리에서 물러나라고 밝혔다. 유 장관은 20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정 회장에게 명예롭게 물러나라고 사실상 퇴진을 권고했다.
유 장관은 "(정 회장이) 지금 4연임을 하려는 거다. (대한축구협회)는 회장을 두 번만 하게 돼 있는데 (대한체육회 스포츠)공정위원회에서 허락해 3연임을 했다. 4연임을 하는 것도 그 과정을 다시 거쳐야 한다. 하지만 요즘 국민 여론을 들어보면 오히려 (정 회장) 스스로 거취를 결정하는 게 명예롭지 않나 하는 게 개인적인 생각이다"고 말했다. 대놓고 퇴진하라고 압박을 가한 셈이다.
유 장관은 "축구대표팀 감독 선임 과정에서 절차상의 문제가 있었다"며 그동안 언론을 통해 제기된 의혹들이 사실일 가능성을 시사했다. 최근 한 스포츠 에이전트가 프랑스 출신의 에르베 르나르 감독을 비롯한 여러 해외 감독이 축구대표팀 감독직에 지원했지만, 축구협회가 이를 무시하고 홍명보 감독을 선임했다는 폭로가 있었다.
이에 대해 유 장관은 "SNS에 새롭게 올라온 얘기이기 때문에 구체적인 확인이 필요하다"라면서도 "절차상 문제가 있었다는 건 이미 확인된 사실"이라며 감사 결과에 따라 필요한 조치를 취할 계획임을 내비쳤다.
유 장관은 "축구협회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이나 국민들의 질타가 너무 크다. 축구협회엔 여러 가지 문제가 있다. 그동안 한국 축구 대표팀 감독 선임 과정 문제도 있었다. 또 그 전에 비리 축구인들 긴급 사면한 문제도 있었다. 그동안에 축구협회가 해왔던 여러 가지 문제점들에 대해서 감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 장관은 "축구협회는 거의 400억 원 되는 예산 지원을 받는 공직 유관단체다. 문제가 있다면 정부 입장에서 챙기는 게 당연하다. 우리 지적을 받아들이고 감독을 새로 선임하든지 아니면 다시 절차를 밟아 홍명보 한국 축구 대표팀 감독을 그대로 유지하든지 결정은 축구협회가 해야 할 일"이라고 밝혔다.
한편 축구협회 회장 임기는 4년이다. 이후 1회에 한해 연임할 수 있다. 다만 대한체육회 스포츠공정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연임 횟수 제한의 예외를 인정받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