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들에게 부담 된다“며 치매 아내 살해 후 세상 떠나려던 남편... 이런 판결 나왔다

2024-09-17 10:36

남편도 현재 기억력 감퇴 증상

픽사베이 자료사진.
픽사베이 자료사진.

치매에 걸린 아내를 4년 동안 병간호하다가 살해하고 스스로 생을 마감하려던 80대 남편이 항소심에서도 징역 3년을 선고받았다. 남편 A씨는 자식들에게 부담을 줄 수 없다는 생각에 아내를 살해한 뒤 극단적인 선택을 시도했지만 실패했다.

17일 법조계에 따르면 수원고법 형사1부(문주형·김민상·강영재 고법판사)가 A씨의 살인 혐의에 대한 항소심에서 피고인과 검사의 양형부당 주장을 모두 기각하고 원심 판결을 유지했다. 앞서 1심은 A씨에게 징역 3년을 선고한 바 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현재 기억력 저하를 겪고 있으며 수용 생활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양형 요소들이 1심에서 충분히 고려됐다"라고 밝혔다.

앞서 "살인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절대적인 가치를 지닌 사람의 생명을 빼앗는 행위“라면서도 "피고인이 그동안 피해자를 성실히 부양한 점, 피해자는 4년 전부터 알츠하이머를 진단받고 고도 치매를 앓아 거동이 불편해 피고인이 간호를 도맡아온 점, 고령으로 심신이 쇠약한 피고인이 피해자를 돌보는 것이 한계에 도달했던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유리한 정상으로 참작했다"고 밝혔다.

A씨는 지난해 9월 경기도에 있는 주거지에서 70대 아내 B씨의 목을 졸라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B씨는 2020년 치매 진단을 받고 상태가 점차 악화됐다. A씨는 그런 그를 오랫동안 도맡아 병간호했다.

자식들로부터 적절한 도움을 받지 못한 A씨는 심리적, 육체적 부담을 홀로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이게 됐다.

검찰 조사에 따르면, A씨는 아내의 치매 상태가 악화되자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리며 자식들에게 더 큰 부담을 주지 않으려고 범행을 결심했다. 처음에는 독성이 있는 약을 아내에게 먹였지만 별다른 반응이 없자 결국 목을 졸라 살해했다. 이후 A씨는 스스로도 같은 약을 먹었으나 생명에 지장이 없었다.

이번 사건은 가족 내에서 벌어지는 돌봄 부담이 얼마나 큰 고통을 줄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치매 환자를 돌보는 가족들은 물리적, 정신적 스트레스를 동시에 겪으며 극단적인 선택까지 생각하는 경우가 있다.

지난 1월 대구에선 치매를 앓던 80대 아버지를 간병하던 50대 아들 C씨가 아버지를 숨지게 하고 극단적인 선택을 한 사건이 발생했다. 당시 경찰 조사에서 C씨는 15년 전 치매 진단을 받은 아버지를 8년간 홀로 간병한 것으로 드러났다. C씨는 유서에 아버지와 함께 묻어 달라고 썼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ㆍ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09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home 채석원 기자 jdtimes@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