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인데 너무 덥다... 아예 양력 10월로 옮기자” 의견 급증

2024-09-17 10:20

“가을 명절로서의 의미 없어져”

최근 지구 온난화의 영향으로 '추석'이 더 이상 가을 명절로서의 의미를 잃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추석이 여름의 끝자락에 자리하면서 더위 속 명절을 보내는 상황이 빈번해지자, 추석을 양력 10월로 고정하자는 의견이 늘어나고 있다.

추석을 하루 앞둔 16일 오전 서울 경복궁에서 양산을 쓴 시민들이 광화문 파수 의식을 관람하고 있다. / 뉴스1
추석을 하루 앞둔 16일 오전 서울 경복궁에서 양산을 쓴 시민들이 광화문 파수 의식을 관람하고 있다. / 뉴스1

17일 기상청에 따르면 추석 당일인 이날에도 체감 온도가 33~35도까지 오르는 무더위가 예보됐다.

추석을 뜻하는 '秋夕'이라는 단어에서 알 수 있듯, 추석은 원래 가을을 대표하는 명절이었다.

하지만 최근 몇 년간 추석 기간에도 한여름처럼 무더운 날씨가 이어지면서, '하석(夏夕)'이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이는 더 이상 추석이 가을을 대표하지 못한다는 세태를 반영한 것이다.

과거 농경사회에서 추석은 가을에 수확한 첫 곡식을 올리며 조상에게 풍년을 기원하는 의미가 컸다. 절기상 추분 무렵에 위치한 추석은 낮과 밤의 길이가 같아지고, 선선한 가을바람이 불어오는 시점이었다.

그러나 기후 변화로 인해 여름이 길어지면서 추석은 더 이상 가을의 시작을 상징하지 못하고 있다. 이에 일각에서는 추석을 음력 8월 15일에 고집할 필요가 없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과거에도 기후와 농사의 상황에 따라 추석 차례를 음력 8월 15일 이후로 미루는 경우가 있었다. 윤달로 인해 추석이 앞당겨졌을 때, 차례상에 올릴 햇곡식을 구하지 못하면 음력 9월 9일에 있는 중양절에 차례를 대신 지내기도 했다. 중양절은 이르면 10월 첫째 주, 늦으면 셋째 주에 해당한다. 이러한 역사적 사례는 현대 사회에서도 추석을 양력으로 고정할 수 있다는 주장에 힘을 실어준다.

이번 추석을 앞두고 뉴스1이 취재한 결과, 양력 10월로 추석을 고정하자는 의견이 점차 확산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도 수원에 거주하는 50대 남성 이 모 씨는 "현재 추석 명절은 더 이상 농경 사회의 전통을 따르지 않는다"며 "미국처럼 추석 날짜를 몇 월 몇 번째 주로 정해 모든 사람이 쉬는 연휴로 고정하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것 같다"고 말했다. 이처럼 추석을 고정하면 명절 계획을 세우기 더 편리하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추석 연휴가 길어지면서 해외여행을 떠나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서울에 거주하는 30대 직장인 권 모 씨는 "이번 추석 연휴 덕분에 8박 9일간의 유럽 여행을 다녀오게 됐다"며 "명절을 주말 앞뒤 3일로 정하면 연차가 적은 사람들도 긴 휴가를 보내기 더 쉬울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양력 추석론'에 반대하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추석이 한민족 고유의 전통 명절이라는 점을 강조하는 이들은, 단순히 편의성이나 효율성 때문에 날짜를 바꾸는 것에 반대하고 있다.

충북 음성에서 농사일을 하는 60대 농부 정 모 씨는 "추석은 조상에게 차례를 지내는 명절로, 음력 8월 15일이라는 날짜 자체에 큰 의미가 있다"며 "추석을 양력으로 바꾸는 것은 전통을 훼손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home 방정훈 기자 bluemoon@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