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수 터져 시급 다투던 임신부, 병원 75곳에서 거부당했다 (충북)

2024-09-16 07:57

6시간 만에 치료받은 임신 25주차 임신부

서울 시내의 한 대학병원 권역응급의료센터에서 구급대원이 구급차량을 정리하고 있다.  / 뉴스1 자료사진
서울 시내의 한 대학병원 권역응급의료센터에서 구급대원이 구급차량을 정리하고 있다. / 뉴스1 자료사진
양수가 터진 임신 25주차 임신부가 치료 가능한 병원을 찾지 못해 6시간 동안 구급차에서 대기한 일이 발생했다. 임신부는 겨우 충북 청주시의 한 병원에서 치료받을 수 있었지만, 그 과정에서 보호자가 병원 측에 책임을 묻지 않겠다는 서약을 해야만 입원할 수 있었다.

충북도 소방본부에 따르면 지난 14일 오전 11시 25분쯤 "임신부의 양수가 터졌다"는 다급한 신고가 접수됐다. 119 구급대는 임신부의 상태가 심각하다고 판단해 신속하게 치료 가능한 병원을 찾기 시작했다. 충북뿐 아니라 서울, 인천, 경기, 전라도, 경상도, 제주도까지 75곳의 대형 병원에 이송을 요청했으나 모두 "산부인과 의사가 없다"거나 "신생아 병실이 부족하다"는 등의 이유로 이송을 거부했다.

결국 비상의료관리상황반을 운영하고 있던 충북도에도 이 사실이 지난 15일 오후 3시 39분쯤 보고됐지만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다. 신고 접수 후 무려 6시간이 지나서야 청주시의 한 산부인과에서 겨우 임신부를 받아들였다. 보호자는 '아이가 잘못돼도 병원에 책임을 묻지 않겠다'는 서약서를 작성하고 입원할 수 있었다.

임신부는 다행히 현재 안정을 되찾았고, 태아도 무사한 상태로 확인됐다.

충북 지역의 열악한 산부인과 및 응급의료 인프라 문제를 여실히 드러낸 사례란 말이 나온다. 산부인과 전문의 부족과 병상 부족이 겹치면서 이러한 사태가 벌어진 것으로 분석된다.

충북도 관계자는 중증 임신부의 경우 지방에서 치료 가능한 병원을 찾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고 연합뉴스에 밝혔다. 실제로 충북에서는 인근 지역에서 치료가 불가능해 수십 킬로미터 떨어진 병원으로 가야 하는 '원정 출산'이 자주 발생하고 있다. 지난달에도 음성의 한 임신부가 가까운 병원을 찾지 못해 결국 구급차에서 출산한 뒤 80㎞ 떨어진 병원에서 치료를 받는 일이 있었다고 연합뉴스는 전했다.

home 채석원 기자 jdtimes@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