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빨리 퇴직하고 싶다, 작년에 집어넣은 사기범들 어느새 또 내 앞에...”

2024-09-18 00:05

“앞으로 5년 더 채워야 하는데...”

한 경찰이 자신의 직업에 대한 깊은 회의와 피로를 토로하는 글이 안타까움을 자아내고 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Jisoo Song-shutterstock.com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Jisoo Song-shutterstock.com

경찰 A 씨는 12일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빨리 퇴직하고 싶다'라는 하소연 글을 올렸다.

자신을 5년 차 경찰이라고 소개한 A 씨는 "앞으로 5년을 더 채우고 퇴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범죄자들과 끊임없이 대면하며 그들의 거짓말을 듣는 것이 지쳤고, 재범을 일삼는 사기범들과의 싸움에서 무력감을 느끼고 있다"고 고백했다.

A 씨의 글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사기범들의 재범 사실이다. 그는 작년에 집어넣은 사기범들이 올해 또다시 자신의 앞에 앉아 있는 상황을 여러 번 겪었다고 한다.

대표적으로 △마스크 공장을 세운다며 투자금을 모아 도박에 탕진한 50대 △소시지 자판기 사업을 핑계로 노후 자금과 청년들의 적금을 가로챈 20대와 30대 △PC방 식자재 납품 사업을 빙자해 동창들을 속인 40대 등 피해액이 5000만 원을 넘는 사기를 친 이들이 다시 A 씨 앞에 나타났다.

이들은 판결을 받고 구속되었으나, 예상보다 빠르게 풀려난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상황에서 A 씨는 "괜히 사기 공화국이라는 말이 나오는 게 아니다"라며 회의감을 드러냈다.

경찰청에 따르면 사기 범죄는 2018년 27만 건, 2019년 30만 4000건, 2020년 34만 8000건, 2021년 29만 4000건, 2022년 32만 6000건으로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이는 사법부의 처벌이 강력하지 못하다는 비판이 나오는 원인으로 작용한다.

A 씨는 재범률뿐만 아니라 수사 과정에서 느끼는 감정적 소모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선배들은 "일은 일이고 감정을 넣지 말라"고 조언하지만, A 씨는 사건에 스스로를 이입하지 않으면 의욕이 생기지 않는다고 했다.

A 씨는 "매일 30~40개의 사건을 처리하라는 팀장의 독촉, 6개월 이상 장기 사건을 만들지 말라는 서장의 훈령을 지킬 자신이 없다"고 고백했다.

그러면서 "애써서 범죄자를 구속해도 그들이 다시 사회로 나와 또 다른 피해자를 만들고 있는데 내가 하는 일이 무슨 의미가 있나. 빨리 5년이 지났으면 좋겠다. 참 쉽지 않다"라고 한탄했다.

경찰 등 공무원은 공무원연금공단이 운영하는 공무원연금에 가입한다. 공무원으로서 10년 이상 재직하였다면 퇴직 후 연금을 받을 수 있고, 10년 미만 재직하였다면 일시금으로 반환받을 수 있다.

해당 사연을 접한 누리꾼들은 "개과천선하랬더니 X같이 돌아오는 거 보면 정말 화딱지 날 듯", "현직 교도관 인터뷰하는 거 들어 봤는데 개과천선하는 비율이 본인 느낌에는 10% 남짓이라더라" 등의 반응을 보였다.

home 방정훈 기자 bluemoon@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