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X 표' 구하기 어려운 이유 있었다... 이렇게 충격적인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2024-09-12 11:38

연간 4만석 미리 구매한 그 기관들

KTX / 뉴스1 자료사진
KTX / 뉴스1 자료사진
KTX 티켓을 구하기 힘든 이유가 있었다. 정부의 지역균형발전 정책에 따라 지역으로 이전한 공공기관과 공기업들이 KTX 좌석을 일반 예매보다 먼저 확보해 수년째 주말마다 직원들의 상경을 지원하고 있단 사실이 드러났다. 지역에 정착해야 한다는 이전 정책에 반할뿐더러 공공기관 특혜란 지적도 받고 있다.

부산 남구 문현금융단지로 이전한 남부발전, 예탁결제원, 자산관리공사, 주택금융공사, 주택도시보증공사 5개 기관이 2017년부터 한국철도공사(코레일)와 장기 단체 계약을 맺고 매년 KTX 표를 미리 구매해 직원들에게 제공해 왔다고 부산일보가 12일 보도했다.

'신의 직장'으로 불리는 이들 기관은 금요일 오후 서울로 향하는 열차와 일요일 오후 또는 월요일 새벽 부산으로 돌아오는 열차에 직원들의 좌석을 배정해 사실상 서울 통근을 지원한다. 기관별로 편당 3040석 규모의 좌석이 배정되며, 고정된 열차에 대해 기차 출발 12주 전 내부 시스템을 통해 희망자에게 좌석을 배분하는 방식이다. 지역에 정착해야 하는 직원들의 주말 서울행을 장려하는 셈이다.

서울행 지원은 부산에만 국한되진 않는다. 김도읍 국민의힘 의원실이 코레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4년 전남 나주시로 본사를 이전한 한국전력은 지난해에만 2만 3000석의 KTX 표를 코레일에서 사전 구매해 직원들의 서울행을 돕고 있다. 한국수력원자력은 경북 경주시 본사에서 서울까지 왕복 4편의 기차를, 신용보증기금은 동대구역에서 서울역까지 왕복 2편의 기차를 매주 운행해 연간 4000명의 직원이 KTX를 이용하고 있다.

코레일이 이들 기관에 별도로 판매한 표까지 합치면 연간 약 4만여 석의 좌석이 공공기관들에 판매됐다. 남부발전은 SRT 표도 별도로 SR로부터 확보해 직원들에게 제공한다.

이들이 주말 인기 시간대의 좌석을 대부분 미리 차지함에 따라 일반 승객은 표를 구하기 어려워진다.

이처럼 단체로 예매를 하는 기관이 거의 없단 점에서도 특혜 의혹까지 나온다. 대다수의 다른 공공기관들은 교통비를 실비로 지원하는 방식으로 지역 이외의 주소지를 둔 직원들을 지원한다. 지역 정착을 목적으로 이전한 공공기관들이 오히려 직원들의 서울행을 독려하는 방법으로 지역균형발전 정책에 반기를 들고 있는 셈이다.

코레일은 부산일보에 KTX 좌석의 연간 단위 단체 판매가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한국철도공사의 여객운송약관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해명했다.

KTX 표를 연간 구매한 공공기관들은 부산일보 질의에 구체적인 답변을 피하거나 "직원 복지 차원에서 지원하고 있다"고만 설명하며 명확한 해명을 내놓지 않았다.

home 채석원 기자 jdtimes@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