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울함 호소하며 오열한 손준호, '3800만 원' 때문에 예상 못한 논란 불거졌다

2024-09-12 12:21

승부조작 혐의로 중국축구협회로부터 영구 제명당한 손준호

중국축구협회로부터 승부 조작 혐의로 '영구 제명' 징계를 받은 손준호(32·수원FC)가 눈물의 기자회견으로 억울함을 호소한 가운데, 예상치 못한 논란이 불거졌다.

축구 국가대표 출신 손준호(수원FC)가 지난 11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장안구 수원시체육회관에서 중국축구협회 영구 제명 징계 관련 기자회견을 하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 연합뉴스
축구 국가대표 출신 손준호(수원FC)가 지난 11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장안구 수원시체육회관에서 중국축구협회 영구 제명 징계 관련 기자회견을 하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 연합뉴스

손준호는 지난 11일 경기 수원종합운동장 내 체육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승부조작 혐의와 중국축구협회의 영구 제명 징계에 대해 해명했다.

손준호는 지난해 6월 중국 상하이 훙차오 공항에서 귀국하려던 중 공안에 연행됐다. 갑작스럽게 체포된 손준호는 이후 아내와 아이들을 언급하는 중국 공안의 협박과 회유에 혐의를 인정했다고 털어놨다. 손준호는 "단지 빨리 나갈 수 있다는 생각과 가족에 대한 걱정, 한국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 때문에 너무 안일한 판단을 했다"며 오열하기도 했다.

손준호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20만 위안(약 3765만 원)을 받은 사실을 인정했지만, 돈을 받은 이유에 대해서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애매한 답변을 남겨 의혹을 증폭시켰다.

손준호는 "산둥 타이산 동료 진징다오(한국어 이름 김경도)로부터 20만 위안 받은 건 맞지만, 정확히 어떤 명목으로 받았는지는 기억 나질 않는다"며 "절대 불법적인 이유는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진징다오는 조선족 축구 선수로 중국 국가대표 주전까지 나섰던 스타플레이어다. 하지만 지난해 중국 축구계를 발칵 뒤집어놓은 승부조작 파문의 핵심 당사자 중 하나로 지목되며 중국축구협회에서 영구 제명됐다.

승부조작 혐의를 해명하며 눈물을 쏟은 손준호 / 뉴스1
승부조작 혐의를 해명하며 눈물을 쏟은 손준호 / 뉴스1

2년 6개월간의 중국 생활에서 진징다오와 금전 거래가 활발했다는 손준호는 "돈을 빌렸다가 갚은 것일 수도 있다. 그 친구가 운영하는 축구 교실에 큰 금액을 선물하기도 했다. 부모님의 병원 수술을 잡아드린 적도 있다"며 20만 위안의 수령 이유에 대해서는 명확하게 설명하지 못했다.

또 손준호는 중국에서 거액의 연봉과 16만 위안의 경기당 승리 수당을 받고 있었고, 중국 화폐 단위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다보니 20만 위안이 그렇게 큰 금액인지 확실히 인식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다음 질문에서 손준호는 진징다오와 20만 위안을 주고받는 경우가 흔치 않았다고 답변해 다시 의문을 낳았다. "20만 위안 정도의 적지 않은 금액을 주고받은 일이 흔했냐"는 질문에 손준호는 "매번 그러진 않았다. 그렇게 큰 돈이 오간 적이 많지는 않다"고 답했다.

회견에 동석한 손준호 에이전트는 "국내에서 손준호는 검소하고 짠돌이로 알려져 있을 정도"라며 "수당이 워낙 크다 보니 돈에 대한 인지 감각 자체가 바뀐 것 같다"고 대신 답했다.

손준호의 에이전트는 손준호가 중국 법원에서 20만 위안 금품수수 혐의로 유죄를 선고받아 약 10개월 동안 구금됐던 것은 인정했다. 하지만 이 역시 승부조작 때문에 옥살이를 한 것은 아니라고 항변했다. 에이전트는 "판사와 형량을 협상해 이미 구금돼있던 10개월만큼의 형량을 받는 걸로 정리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손준호는 "다만 승부조작은 단 한 번도 인정한 적 없다"고 재차 강조했다.

이후 손준호는 승부조작 의혹의 핵심인 '20만 위안'과 관련해 다시 한 번 애매한 답변을 내놨다. "중국 공안에서 금품수수 혐의를 적용하면서 20만 위안에 대한 대가는 뭐라고 제시했냐"는 질문에 손준호는 "처음엔 그런 쪽으로 날 조사했다. 나는 불법도 아니고 승부조작도 아니라고 말했다. 그 부분에 대해서는 어떻게 확답드려야 할지 모르겠다"고 답했다.

손준호 사안과 관련해 대한축구협회는 중국축구협회에 징계 관련 자료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제축구연맹(FIFA)이 중국축구협회의 징계를 인용하면 손준호는 국내에서 뛸 수 없는 것은 물론, 승부조작 혐의도 벗을 수 없게 된다.

이날 기자회견 직후 20만 위안 관련 의문이 오히려 커지면서 손준호의 주말 K리그 출전 여부에도 이목이 쏠리고 있다.

손준호가 소속된 K리그1 수원FC는 오는 14일 수원종합운동장에서 전북현대와 '하나은행 K리그1 2024' 30라운드 홈 경기를 앞두고 있다.

수원FC 측은 12일 뉴시스에 "어제 훈련에서 손준호 선수가 빠진 것은 그가 기자회견을 준비해야 했기 때문이었다"며 "오늘 훈련 참석 여부나 리그 경기 출전 가능성에 대해서는 아직 구단 차원에서 논의 중이다. 공식적인 입장을 정리해 곧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home 윤희정 기자 hjyun@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