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할머니를 살해한 뒤 흉기를 들고 거리에서 어슬렁거리다 붙잡힌 20대 손자가 재판을 받는다고 뉴스1이 12일 보도했다.
지난 7월 22일 오후 11시 112 상황실에 겁에 질린 목소리로 전화 1통이 걸려 왔다. 흉기를 든 사람이 어슬렁거리고 있다는 내용의 신고 전화였다.
신고 위치는 강원 강릉시 청량동의 길거리.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현장에서 흉기를 들고 거리를 배회하던 20대 남성 A 씨를 체포했다.
체포한 A 씨의 옷 이곳저곳엔 피가 묻어 있던 걸 본 경찰은 강력범죄를 저질렀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A 씨를 상대로 고강도 취조를 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신고 전화가 경찰에 다시 걸려 왔다. 신고자는 "주인집 할머니가 피를 흘리며 쓰러져 있다"고 다급하게 알렸다.
경찰은 해당 신고가 A 씨와 연관이 있음을 직감하고 신고 위치를 확인했다. 직감이 맞았다. 사건이 발생한 곳은 강릉시 강동면 안인진리에 있는 A 씨 집이었다.
피를 심하게 흘려 심정지 상태로 발견된 B 씨는 병원으로 옮겨져 사망 판정을 받았다.
숨진 B 씨는 A 씨 친할머니였다. 경찰 조사 결과 B 씨는 A 씨가 휘두른 흉기에 숨진 것으로 밝혀졌다.
A 씨는 친할머니를 살해한 뒤 택시를 타고 이동하던 중 동선을 두고 택시 기사와 마찰을 빚어 중간에 내린 뒤 거리를 배회하다 경찰에 붙잡혔다. 자택에서 약 8㎞ 떨어진 곳이었다.
살인 사건이 발생한 바로 그달에 경찰은 수차례 소액 사기 범죄를 저지른 A 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검찰이 도주나 증거 인멸 우려가 없다고 판단해 영장을 청구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이 구속영장을 신청한 인물이 살인범이 돼 붙잡힌 것이다.
A 씨는 왜 존속살해범으로 전락한 것일까. 존속살해 혐의로 구속돼 있는 A 씨 입장은 이날 춘천지법 강릉지원 형사 법정에서 열리는 재판에서 들을 수 있다.
뉴스1은 반성문을 수차례 제출한 A씨가 자기 혐의를 인정할지에 관심이 모아진다고 전했다. 매체는 경찰이 A 씨가 정신질환을 앓고 있다는 진술을 조사 단계에서 확보했다면서 범행 당시 심신미약 상태에 있었는지가 재판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