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급차를 부른 뒤 샤워한 환자를 기다리다 언성을 높인 119대원에게 내려진 경고 처분이 취소됐다는 소식을 연합뉴스가 11일 보도했다.
지난해 8월 7일 오전 인천소방본부 상황실에 한 통의 신고 전화가 걸려 왔다. 인천의 한 호텔에 있던 신고자 A 씨가 “해외에서 돌아와 암 치료를 받고 있는데, 열이 많이 난다”며 도움을 요청했다.
상황실 근무자는 A 씨에게 구급차를 보내주겠다고 답했다. A 씨는 사흘 동안 몸살감기로 샤워를 못 했다며 샤워할 시간을 달라고 요청했다.
상황실 근무자는 30분 뒤에 구급차가 도착하게 하겠다고 말했다. 구급차는 약속 시간보다 빨리 22분 만에 호텔에 도착했다. A 씨는 이로부터 6분이 지난 뒤 객실에서 1층 로비로 내려왔다. 그때 구급대원 B 씨가 A 씨에게 구급차를 이렇게 오래 기다리게 하면 안 된다고 말하며 언성을 높였다.
A 씨는 구급차를 타고 병원으로 갈 수 있었지만 B 씨 말에 불쾌함을 느껴 다음 날 구급대원이 불친절했다며 민원을 제기했다.
인천소방본부는 감찰 조사에 착수해 B 씨에게 경고 처분을 내렸다. 당시 소방본부는 B 씨가 업무 중 개인감정을 드러내 국가공무원 복무규정을 위반했다면서도 그간 공적을 고려해 서면으로 경고했다고 밝혔다.
B 씨는 경고 처분에 불복해 인사혁신처 소청심사위원회에 심사를 요청했다. 소청심사가 기각되자 그는 지난 2월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소송에서 B 씨는 경고 처분이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처분 전에 의견을 제출할 기회가 없었기에 행정절차법을 위반했다고 강조했다. 또한 그는 당시 상황에 대해 다른 응급환자들의 출동이 지연될 수 있음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언성이 높아졌을 뿐 복무규정을 위반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이에 대해 인천지법 행정1-2부(김원목 부장판사)는 B 씨의 주장을 받아들여 경고 처분을 취소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소방 공무원에 대한 경고 처분은 행정절차법을 따라야 하며, 처분 전에 의견 제출 기회를 충분히 보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피고 측이 진술거부권과 변호인 조력을 받을 권리를 말로 설명했다고 주장하나, 방어권 보장을 위한 의견 진술 기회가 충분히 제공됐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법원은 B 씨에게 내려진 경고 처분이 행정절차법을 위반한 것이라고 판단해 이를 취소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그러나 경고 처분 자체의 타당성에 대해서는 별도의 판단을 내리지 않았다.
인천소방본부는 B 씨가 이미 2월에 다른 지역으로 전출한 상황을 감안해 항소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인천소방본부 관계자는 당시 신고자는 악성 민원인이 아니었으며, 30분 지연 출동도 상황실 근무자가 제안한 것이었다면서 절차에는 문제가 있었지만 경고 처분 자체는 적절했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