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을 일주일 앞두고 전국적으로 폭염특보가 발령된 가운데 기상청이 이 무더위가 추석 연휴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9일 오전 10시 기준 전국 183개 기상특보 구역 중 148곳에 폭염특보가 내려졌다. 이는 전체 구역의 80%에 해당한다. 특히 전남 곡성, 구례와 경남 의령, 진주엔 폭염경보가 발령된 상태다.
이번 폭염경보는 기상청이 체감온도를 기준으로 폭염특보를 발령하기 시작한 2020년 이후 9월에 처음 발령된 것이다. 폭염경보는 일최고체감온도가 35도 이상인 상황이 이틀 이상 지속될 것으로 예상될 때, 폭염주의보는 33도 이상일 때 발령된다.
9월 중 폭염경보가 내려지는 것은 이례적이다. 9월 폭염경보는 기상청이 체감온도를 기준으로 폭염특보를 발령하기 시작한 이래 처음이며, 기록을 되짚어 보면 2010년 이후 처음 발생한 현상이다.
전국 곳곳에서는 9월 일 최고기온 신기록이 속속 세워지고 있다. 대전의 경우 전날 낮 기온이 34.3도까지 올라가며, 1969년 기상관측이 시작된 이래 9월 일최고기온 기록을 경신했다. 대전은 이미 지난 4일 33.3도로 신기록을 세운 바 있는데, 나흘 만에 이를 다시 경신했다.
또한 강원 정선, 충남 홍성과 금산, 충북 보은, 경북 상주와 청송, 경남 의령, 전남 진도 등지에서도 9월 일 최고기온 신기록이 수립됐다. 전날 주요 도시의 최고기온은 평년 기온보다 3~5도 높았다.
이처럼 9월 중순에 접어들었음에도 불구하고 무더운 날씨가 지속되는 이유가 뭘까. 요인은 복합적이다. 우선 대기 상층에서는 티베트고기압이 확장되면서 북쪽에서 찬 공기가 한반도로 들어오는 것을 막고, 오히려 고온건조한 공기가 유입되고 있다. 또한 대기 하층에서는 한반도 남동쪽 열대저압부와 북태평양고기압 사이로 고온다습한 남동풍이 지속적으로 불어오고 있다.
지상에는 고기압이 발달해 날씨가 대체로 맑고, 강한 햇볕이 내리쬐면서 한낮의 더위를 더 가중시키고 있다. 이로 인해 전국 곳곳에서 땡볕더위가 나타나고 있다.
기상청은 이번 무더위가 최소 추석 연휴까지는 이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오는 12일부터 열흘간 중기 기상 전망에 따르면, 아침 기온은 18~26도, 낮 기온은 25~32도로 평년 기온인 14~21도와 24~28도를 웃돌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서울의 경우 12~16일 최고기온이 29~31도를 기록하며 높은 기온을 유지할 전망이다. 추석 당일에는 다소 기온이 내려가겠지만, 그래도 28도 안팎의 더운 날씨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추석 무렵이 되면 북태평양고기압과 더불어 고온다습한 남동풍을 불어 넣는 열대저압부가 소멸할 가능성이 크다. 이로 인해 더위의 원인 중 하나가 사라질 것으로 보이지만, 아직 안심할 단계는 아니다. 한반도 주변을 비롯해 열대저압부가 생성돼 이동하는 구역의 해수면 온도가 평년보다 높은 상태다. 따라서 언제든지 새로운 열대저압부가 발생해 한반도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존재한다.
더욱이 티베트고기압이 수축할 기미가 보이지 않아 추석 이후에도 더위가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기상청은 추석 연휴 동안도 기온이 평년보다 높게 유지될 것으로 보고 있으며, 이후 기상 상황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해 더위가 언제 해소될지에 대한 추가 예보를 내놓을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