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일본이 월드컵 최종예선 1차전에서 극과 극의 결과를 기록했다. 이번 경기만 놓고 본다면 축구 팬들의 '홍명보 사퇴', '홍명보 나가'라는 말이 틀린 말은 아니었다. 지난 7월 이임생 대한축구협회 기술총괄이사는 '홍명보 연봉'이 외국인 지도자 수준임을 시사한 바 있다.
5일 오후 8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3차 예선 B조 1차전에서 한국이 팔레스타인과 0-0으로 비겼다. 반면 일본은 홈에서 중국을 상대로 무려 7골을 퍼부으며 대승을 거두었다.
홍명보 감독의 재데뷔전에서 한국은 팔레스타인에 끌려다니며 고전했다. 손흥민, 이강인, 주민규 등 최정예 라인업을 갖췄지만, 전반전에 유효 슈팅은 단 1개에 불과했다.
팔레스타인 선수들은 적극적으로 수비에 나섰고, 후반전에도 여러 차례 위협적인 공격을 해왔다. 특히 후반 추가시간에는 아부 알리의 결정적 슈팅이 조현우 골키퍼에 의해 막히며 실점을 면했다.
이날 한국의 무승부는 피파랭킹 96위인 팔레스타인을 상대로 체면을 구겼다는 비판을 받았다. 한국은 B조 6개국 중 톱시드 국가지만 이번 경기 결과로 인해 본선 진출에 어려움을 겪게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반면 일본은 중국과의 경기에서 압도적인 경기력을 보였다. 일본은 전반 12분 엔도 와타루의 선제골로 리드를 잡은 후, 미토마 가오루의 추가 골로 전반을 2-0으로 마쳤다. 후반전에는 미나미노 타쿠미의 멀티 골을 포함해 총 7골을 터뜨리며 완승을 거두었다.
중국은 패배를 예상한 듯 중계조차 하지 않았다. 중국 포털 넷이즈닷컴은 이날 "CCTV가 이번 경기를 중계하지 않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대신 같은 시간에 2024 파리 패럴림픽 탁구 녹화방송과 블라인드 축구 경기를 생중계했다.
일본과의 생중계 취소 결정은 중국 축구 팬들에게 큰 실망을 안겼다. 중국 누리꾼들은 "월드컵 예선보다 블라인드 축구가 더 중요한가?"라며 불만 섞인 반응을 보였다. 일부는 "일본에 질 것이 두려워 중계를 취소한 것"이라고 추측하기도 했다. 중국은 월드컵 2차 예선에서 한국과의 경기를 생중계했다.
이번 경기를 통해 한국은 10년 전의 악몽이 떠오르게 했다. 그 당시 감독도 홍명보였다. 한국이 고전하는 사이 일본은 월드컵 본선 진출을 위한 발판을 마련하며 기세를 올렸다. 일본 축구와의 격차는 더욱 벌어졌고, 한국 축구는 다시 한번 위기 상황에 직면하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