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64세까지 낸다... 수명 늘고 가입자 줄면 연금액 줄인다

2024-09-04 15:25

중부 국민연금 개혁안 발표... 공은 국회로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4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연금개혁 추진계획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 뉴스1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4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연금개혁 추진계획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 뉴스1
정부가 국민연금 보험료율을 9%에서 13%로 인상하고 의무가입 연령을 59세에서 64세로 상향하는 방안을 장기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보건복지부는 4일 정부종합청사에서 국민연금심의위원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연금개혁 추진계획'을 확정했다.

정부는 보험료율은 현행 9%에서 13%로 인상한다고 했다. 국민연금 보험료율은 1998년 9%로 설정된 이후 26년 동안 변동이 없었다. 이번 개혁안에서 보험료율 인상은 세대별로 차등화해 진행된다. 구체적으로는 내년에 50대 가입자는 매년 1%포인트, 40대는 0.5%포인트, 30대는 0.3%포인트, 20대는 0.25%포인트씩 인상된다.

정부는 명목소득대체율은 42%로 상향 조정할 계획이라고 했다. 소득대체율은 은퇴 전 평균 소득의 일정 비율을 연금으로 대체하는 비율을 의미한다. 명목 소득대체율은 국민연금 도입 당시 70%로 설계됐다. 이후 2008년 50%로 낮아진 뒤 매년 0.5%포인트씩 인하돼 2028년까지 40%로 조정될 예정이다. 올해 명목 소득대체율은 42%인데, 정부 개혁안은 이를 더 낮추지 않고 유지하겠다고 했다. 연금 도입 이후 처음으로 하향 조정을 멈추는 것이다.

정부는 연금 개혁의 일환으로 '자동조정장치'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이 장치는 기대여명 증가나 가입자 수 변화 등 인구 구조와 경제 상황에 따라 연금 수급액을 자동으로 조정하는 메커니즘이다. 현재 연금 수급액은 소비자물가 변동률에 따라 매년 조정되지만, 자동조정장치가 도입되면 물가상승률 이외의 요인도 반영돼 연금 인상 폭이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

또한 정부는 기초연금을 2026년부터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40만원으로 인상하고, 2027년에는 이를 소득 하위 70%의 전체 수급자로 확대할 계획이다. 현재 기초연금은 월 30만원 수준으로 지급되고 있다. 이와 함께 기초연금을 받는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수급자의 생계급여 감액 방식을 단계적으로 개선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정부는 국민연금 지급을 법적으로 보장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현재 국민연금법에는 연금급여의 안정적 지급을 국가의 의무로 규정하고 있으나, 이를 더욱 명확히 하기 위해 법 개정을 추진할 계획이다. 국민연금 기금이 고갈될 수 있다는 청년층의 우려를 해소하기 위한 조치다.

의무가입 연령을 59세에서 64세로 장기적으로 상향하는 방안도 이번 개혁안에 포함됐다. 고령자의 경제활동 참여 증가와 기대여명 상승을 고려한 결정이지만, 60대 초반 소득 공백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에서 고령자 계속 고용과 함께 논의가 필요하다.

정부는 연금 개혁의 일환으로 군복무와 출산 크레딧 확대 방안도 제시했다. 군복무 크레딧은 현재 6개월까지만 인정되지만, 전체 군복무 기간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출산 크레딧은 현재 둘째 아이부터 적용되지만, 이를 첫째 아이부터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퇴직연금과 개인연금 활성화 방안도 추진된다. 정부는 퇴직연금을 대규모 사업장부터 의무화하고, 영세사업장의 경우 인센티브를 제공해 가입을 촉진할 계획이다. 개인연금은 교육·홍보 강화와 세제 혜택을 통해 가입자를 확대하고, 상품 간 경쟁을 촉진해 수익률을 개선하는 방안을 구상하고 있다.

보험료율을 올리고 재정이 악화하면 급여액을 줄인다는 점에서 전체적으로 국민연금 기금의 '재정 안정'에 초점을 맞춘 개혁안이라고 할 수 있다.

이로써 국민연금 개혁의 공은 국회로 넘어가게 됐다. 여야는 보장성 강화, 재정 안정을 둘러싸고 거센 공방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특히 보장성이 낮아져 급여 삭감 효과가 클 것이라는 주장이 거세질 듯하다. 소득대체율을 42%로 정하면서 자동조정장치를 도입할 경우 급여 삭감 효과가 커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home 채석원 기자 jdtimes@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