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고생 딸 학대해 살해한 가해자들에게 친모가 한 말 “감사하다”

2024-09-03 08:59

“양극성 정동장애 딸 받아주는 병원이 없었다” 주장

아동복지법상 아동학대 혐의를 받는 50대 여성 교인 A 씨가 지난 5월 18일 오후 인천 미추홀구 인천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 뉴스1
아동복지법상 아동학대 혐의를 받는 50대 여성 교인 A 씨가 지난 5월 18일 오후 인천 미추홀구 인천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 뉴스1
당황스럽다. 교회에서 신도와 합창단장에게 학대당해 숨진 여고생의 어머니가 법정에 출석해 살인자인 가해자들을 두둔하고 나섰다. 심지어 가해자들에게 감사하다고까지 말했다. 그 이유가 뭘까.

인천지법 형사13부(장우영 부장판사)가 아동학대살해와 중감금 등의 혐의로 기소된 신도 A(54)씨, 합창단장 B(52)씨, 그리고 또 다른 40대 여성 신도에 대한 3차 공판을 2일 열었다.

법정에는 A씨 등이 학대해 사망한 여고생 C(17)양의 어머니(52)가 증인으로 출석해 "(B씨 등이) 제가 돌보지 못한 부분을 가까이서 돌봐주신 점에 감사하다"고 말했다.

A씨 등의 변호인이 "수사 단계부터 A씨 등 3명의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의사를 밝혔고, 지금도 그 입장이 맞느냐"라고 묻자 C양 어머니는 그렇다고 했다.

해당 교회 신도인 그는 양극성 정동장애(조울증)로 정신과 치료가 필요했던 딸을 병원이 아닌 교회에 보내 유기하고 방임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상태다.

양극성 정동장애란 기분이 극단적으로 높아지는 조증과 극단적으로 낮아지는 우울증 상태가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질환이다. 마치 기분의 그래프가 극심한 기복을 보이는 것처럼 한없이 행복하고 에너지가 넘치는가 하면, 깊은 슬픔과 무기력에 빠지는 경험을 반복하게 된다.

C양 어머니는 딸을 교회에 맡긴 이유에 대해 “딸이 발작을 일으켜 119를 불러 병원 응급실에 다녀온 뒤 입원할 병원을 찾아봤으나 '미성년자라서 안 받는다'거나 '바로 입원이 안 된다'는 답변만 받았다"라고 말했다.

그는 "정신병원에서 나쁜 일이 생길 수 있고 성폭행도 당할 수 있다는 말을 교회 신도로부터 들었다"며 "딸을 둔 엄마로서 정신병원에 보내는 게 그런 상황이 오면 너무 가슴이 아플 것 같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딸을 교회로 보내는 과정에서 B씨의 지시나 권유는 없었다고 주장했다. B씨는 교회 설립자의 딸이다.

C양 어머니는 검찰 조사에서는 "B씨에게 아이를 보호할 곳이 없다고 하니 (B씨가) 딸을 데리고 도움을 주겠다고 해 너무 감사했다"고 진술했으나, 이날 법정에서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며 진술을 번복했다.

검찰이 C양 어머니가 B씨에게 보낸 바 있는 "두 딸을 하나님께 맡기는 마음으로 다시 보내게 돼서 감사드린다"란 문자메시지를 제시하자 C양 어머니는 "B씨에게 (딸을) 보냈다는 게 아니라 하나님에게 맡긴다는 마음이 컸던 것"이라고 주장했다.

검찰이 "B씨가 맡아준 것에 대해 감사하는 마음으로 보낸 문자 메시지가 아니냐"고 재차 묻자 C양 어머니는 답변을 거부했다.

C양 어머니는 검찰 진술을 번복한 이유에 대해서는 "(그때는) 정신이 없었고 오랜 시간 조사를 받았다"며 "제 마음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사건의 4차 공판은 4일 오전 10시에 열린다. 당일에는 A씨 등을 상대로 신문이 진행될 예정이다.

A씨 등 3명은 지난 2월부터 5월 15일까지 인천의 한 교회에서 생활하던 여고생 C양을 온몸에 멍이 들 정도로 학대해 살해한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이들은 5일 동안 잠을 자지 못한 C양에게 성경 필사를 강요하고, 지하 1층부터 지상 7층까지 계단을 한 시간 동안 오르내리라고 시켰다.

C양은 계속된 학대로 인해 대소변을 제대로 가리지 못하고 음식물도 전혀 섭취하지 못하게 됐다. A씨 등은 아랑곳하지 않고 C양 몸을 묶는 등 가혹 행위를 반복했다. 강한 결박을 위해 이들은 치매 환자용 억제 밴드까지 구매했다.

모진 학대로 인해 C양은 지난 5월 15일 오후 8시쯤 교회에서 밥을 먹던 중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발견 당시 C양은 얼굴을 비롯한 온몸에 멍이 든 상태였다. 두 손목엔 보호대를 착용하고 있었다. C양은 호흡을 제대로 하지 못해 심폐소생술을 받으며 119구급대에 의해 병원으로 긴급 이송됐나 네 시간 뒤 끝내 숨졌다.

home 채석원 기자 jdtimes@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