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실 의료대란이 현실화하자 정부가 긴급 대응책을 발표했다. 의료계에선 응급실 의료대란이 길어지면 큰 병원에서도 응급실 진료 중단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단 말이 나온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은 2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응급의료 대책을 발표하며 "군의관과 공중보건의사(공보의)를 진료 제한 응급실에 긴급 배치하겠다"면서 오는 4일부터 군의관 15명을 진료 제한 응급실에 배치하고, 9일부터 약 235명의 군의관과 공보의를 위험기관 중심으로 배치할 계획이라고 했다.
박 차관은 "응급의료 인력 유출을 방지하고 후속 진료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건강보험 수가를 조속히 개선하겠다"며 "응급실 전문의 진찰료를 250% 가산하고, 후속 진료인 수술·처치·마취 행위에 대해 200% 가산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조치는 이번 주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를 거쳐 후속 절차가 마무리될 예정이다.
박 차관은 또한 "지역별로 응급 또는 후속 진료가 가능한 의료인력을 공유하고, 순환당직제 대상 확대를 통해 지역의 응급의료 수요를 적시에 해결하겠다"고 덧붙였다. 특히 추석 명절을 앞두고 9월 11일~25일을 비상응급 대응 주간으로 운영해 중증·응급환자 진료 차질을 최소화하겠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현재 전국 409개의 응급실 중 99%인 406곳이 24시간 운영 중이며, 27곳(6.6%)이 병상을 축소해 운영 중이라는 점을 들어 '응급실 붕괴' 상황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복지부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기준 응급의료기관 병상은 5918개다. 이는 평시인 2월 1주 대비 97.5% 수준이다. 권역·지역 응급의료센터 180곳의 응급의학과 전문의 수는 지난해 12월 1504명에서 지난달 26일 기준 1587명으로 소폭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전공의 집단사직으로 인해 응급실에서 근무하는 전체 의사 수가 평시의 73.4% 수준에 그친다는 점이다. 일부 권역·지역응급의료센터의 경우 전문의 사직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기에 개선이 시급하다.
현재 건국대 충주병원, 강원대병원, 세종 충남대병원 등 3곳이 응급실을 단축 운영하고 있다. 특히 건국대 충주병원은 전원 사직 예정이었던 의사 중 2명이 복귀해 응급실 운영이 완전히 중단되는 것은 막았지만, 야간과 주말에는 여전히 제한된 상태다.
이처럼 정부가 응급의료 인력 보강과 관련 대책을 발표했지만 현장의 혼란은 여전하다. 서울의 대형병원들은 응급실 '셧다운'은 피하고 있으나, 전공의들의 집단 사직 이후 인력 부족이 여전히 해결되지 않아 진료 제한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서울시내 권역응급의료센터의 경우 7곳 중 서울의료원을 제외한 6곳에선 일부 환자에 대한 진료가 제한되고 있다. 특히 서울대병원과 고려대안암병원은 안과 응급 수술이 불가능한 상태다. 한양대병원은 수술이 필요한 중증외상 환자나 정형외과 환자, 정신과 입원 환자를 수용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은 서울뿐만 아니라 지방에서도 더욱 심각하게 나타나고 있다. 강원대병원, 세종 충남대병원, 건국대충주병원 등은 응급의학과 전문의 부족으로 인해 야간 응급실 운영을 중단했다. 순천향대 천안병원도 응급실 운영 중단을 검토 중이다.
의료계 관계자들은 전공의들이 병원을 떠난 후 남은 인력으로 응급실을 운영하는 데 한계가 드러나고 있다고 지적한다. 병상이 있어도 해당 분야 전문의가 없으면 환자를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지방 상황은 더 심각하다. 지방에서는 병원 수가 적고, 그나마 있는 병원들조차 인력 부족으로 응급환자를 수용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이로 인해 경증 환자들이 갈 곳을 찾지 못해 헤매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지방에서 시작된 응급의료 위기가 서울까지 번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현재 위기가 장기화되면 서울의 대형병원들도 버티기 어려울 것이라는 경고가 의료계에서 나오고 있으며, 추석 연휴를 앞두고 경증 환자를 분산할 대책이 미흡하다는 점에서 추가적인 혼란이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