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없다” 중앙보훈병원 치료 거부...국가유공자 '응급실 뺑뺑이' 끝에 숨졌다

2024-08-30 10:05

유가족 "처음 응급실로 향할 때만 해도 자가운전"

국가보훈부 산하 중앙보훈병원 응급실을 찾은 국가유공자가 치료를 거부당한 후 이른바 '응급실 뺑뺑이'를 돌다가 사망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서울 강동구 중앙보훈병원. / 뉴스1
서울 강동구 중앙보훈병원. / 뉴스1

국가유공자를 위한 전문 병원인 중앙보훈병원은 환자의 80% 이상이 보훈대상자지만, 최근 110명의 전공의 중 8명만 남아 논란이 됐었다.

30일 주간조선과 중앙보훈병원 등에 따르면 지난달 국가유공자 A 씨는 위장 출혈 증세로 서울 강동구에 위치한 중앙보훈병원 응급실을 찾았다.

하지만 중앙보훈병원 측은 '소화기내과 의사가 없다'는 이유로 치료를 거부했고, 결국 내시경 지혈술을 받지 못한 A 씨는 3시간여 만에 G 종합병원으로 옮겼다.

시간은 오전이었지만 A 씨는 G 종합병원에서도 12시간 넘게 대기해야 했다. A 씨가 수술을 받을 수 있었던 건 다음날 자정쯤이었다.

지혈 수술을 받은 날 새벽 A 씨는 혈변을 누고 고열, 고혈압이 지속되는 등 상태가 즉시 악화했다. 다음날 의료진은 수술이 잘 된 것인지 등 구체적 상태를 파악하기 위해 검사를 진행하고 조처를 하려 했으나, A 씨는 그 과정에서 숨졌다.

A 씨는 처음 중앙보훈병원 응급실로 향할 때만 해도 자가운전이 가능할 정도로 상태가 나쁘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 서울 양천구 이대목동병원 응급의료센터. / 뉴스1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 서울 양천구 이대목동병원 응급의료센터. / 뉴스1

A 씨의 유족은 주간조선에 "혼자 운전해 병원에 가셨고, 이후 전원할 때 '보호자가 필요하다'고 직접 전화를 하셨을 정도로 멀쩡한 상태였다"며 "내시경 지혈술은 간단한 수술이다. 그런데 합병증 등 고인의 상태를 정확히 모르는 병원이다 보니 파악하고 대응하는 데 있어 시간 지연이 많이 됐다고 본다"라고 토로했다.

이어 "기존 데이터가 있는 중앙보훈병원에서 신속하게 치료를 받았다면 돌아가시지 않았을지도 모른다"라며 "중앙보훈병원도 의료 공백이 심화된 것을 느낀다. 국가유공자 분들은 대부분 고령층이니 더욱 위험하다. 가족 중 국가유공자가 한 분 더 계신데, 그분은 더 이상 보훈병원으로 모시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중앙보훈병원은 국가기관으로 병상수 1400개, 31개 진료과를 갖고 있으며 하루 평균 4,500여명의 외래 환자가 내원할 정도로 규모가 크다.

그러나 전공의 파업을 기점으로 의사들이 부족해지자 경증 환자들을 일부 민간병원에 위탁하고, 남은 전공의들의 근무 시간을 늘리는 등의 조처를 하고 있다.

A 씨는 국가유공자 자격으로 수년째 이 병원에 다니고 있었다.

home 윤장연 기자 yun1245@wikitree.co.kr